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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게 하는 방법
곧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우리 사회에서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소극적이며 결국 한반도 분단 유지의 '현상유지론'을 선호하고 있다는 주장은 폭넓게 퍼져 있다. 그러나 하늘 아래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국제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 중국 학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분단의 '현상유지론'이야말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 전략에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한반도 분단의 종식이 중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며, 이는 나아가 타이완과의 통일에도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다는 주장이 개진되는 등 한반도 통일과 관한 중국 내 논의 지형은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중국이 가장 원하지 않은 그림은 주한미군이 압록강까지 진출하여 주둔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미군과 직접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만든다.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의 현상유지는 협상 가능한 현실적 방안이다. 미국은 한반도 통일 시 주한미군 철수의 요구가 강력해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수 요구가 아니라 현상 유지, 즉 휴전선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않는 현상 유지의 카드가 제시된다면 미국은 반드시 이에 화답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중국의 가장 큰 우려를 해소시켜준다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 통일은 우리의 예측보다 의외로 더욱 빠른 속도로 다가올 수 있다. 최소한 통일에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먼저 나부터 우리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원칙은 적용된다. 즉, 먼저 우리가 주한미군의 미래와 관련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켜 주고 통일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이야말로 반드시 통일을 앞당기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 지금 통일을 말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통일대박론'이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그리고 통일을 이루려 한다면, 지금 북한에게 통일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조건에서 북한에게 통일을 말한다면 그것은 흡수 통일하겠다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온갖 수단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대결 자세를 취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되고, 그만큼 더욱 통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눈여겨 볼만한 중국의 민의 반영 시스템
기왕에 중국 이야기로 시작한 김에 중국 사회의 시스템과 관련하여 우리로서도 참고할만한 점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이는 특히 본 기고 시리즈의 주요한 목적이 시민 권리의 구현에 있는 만큼 상향식 정치 및 민의 반영의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유의미할 것이다.
흔히 중국 정치 시스템과 관련하여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그 낙후성만이 강조되는 반면, 나머지 요소들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인이 목도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현상은 전혀 우연이 아니며, 그 필연적인 토대와 장점이 존재한다.
정치란 비단 상부구조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란 민의가 어떻게 대표되고 반영되는가에서 그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성공적인 정치란 아래로부터의 상향적인 힘이 사회 운용에 있어 어떻게 작동되는가에 좌우된다고 할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중국 사회에서 눈여겨 볼 점은 대중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하여 직접 정부에게 의사를 표현하고 정책결정과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현상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3월 20일, 전국인대(全國人大) 상무위원회 판공청(辦公廳)은 <노동계약법> 초안을 발표하고 사회에 공개적 의견 수렴에 들어가 입법 의견을 공모하였다. 이는 중국 정부 수립 이후 국가 입법초안에 민중들의 의견을 공모한 열세 번째 일이었다.
당시 전국인대 법제공작위원회 통계에 의하면, 2006년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총 191,849 건의 입법의견이 접수되어 입법의견 접수 사상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19만여 건의 의견 중 노동자계층으로부터의 의견은 65%에 이르렀다.
또 2010년 1월 29일 중국 국무원은 <국유토지 주택수용와 보상조례(國有土地上房屋徵收與補償條例)>의 '의견 수렴 초안'을 발표하여 공개적으로 대중들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대단히 높아 3월 3일까지 총 6만5601개의 의견을 접수하였다.
이밖에도 사회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자동차선박세법> 역시 2010년에 여론 수렴에 부쳐져 불과 한 달 만에 10만 건에 가까운 의견이 접수되었다.
법률 제정 과정에 있어서 중국이 보여주는 이러한 공개적인 민의 수렴 현상은 이른바 '개문입법(開門立法: 문을 열고 법을 만들다)'이라 칭해지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 및 법치주의 실현의 측면에서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드문 현상이 다.
노동조합의 입법 참여 및 감독
다음으로 중국의 노동조합(總工會)와 부녀연합회(婦聯) 등의 사회단체가 입법과정과 그 집행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노동조합과 부녀연합회가 노동자와 여성 문제와 관련된 법규가 제정될 때 법안 기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의회(人大)는 이들 단체의 입장을 존중한다.
예를 들어, 1989년 상하이에서 <상하이시 중외합자기업노동조합조례>가 제정될 때 상하이시 노동조합(총공회)는 법안 기초기관으로 선정되어 법안 조사연구와 법안기초를 주도했고 상하이 인대 법제위는 이를 보조하였다. 1995년 <노동조합조례> 제정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하이 부녀연합회는 1984년 상하이 인대에 '여성 및 아동 권익 보호법규 제정'을 건의하여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인대의 위임을 받아 초안을 작성하였다. <소비자조례>역시 소비자협회가 참여하여 기업가협회와의 대립과 조정 끝에 제정되었다. 이렇게 사회단체가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경향은 1980년대 이후 일정하게 정착되었다.
특히 이들 사회단체는 법률 집행에 대한 감독도 수행한다. 노동조합이 노동 법규의 집행 상황을 감독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법>과 <노동법>의 규정에 따라 중국 총공회는 '노동조합노동법률감독위원회'를 주요 기업과 기층 단위에 구성하고 있다. 상하이 총공회의 경우, 초기에는 약 6500명의 노조 간부를 '법률감독원'으로 임명하였고, 2010년 현재 자격증을 보유한 '법률감독원'은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총공회는 매년 노동계약 상황과 퇴직금제도 집행 등의 특정 사안을 선정하고 대대적인 법률집행 감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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