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위. 2014월드컵 한국 공식 성적이다. 본선이 32팀으로 확대된 1998년 30위 이후 최저 순위다. 벨기에 일간지 '르수아르'가 한국과의 H조 3차전(1-0승)을 앞두고 “2012년 올림픽 동메달 수상자 2/3(12명)가 월드컵대표이며 5명은 2009년 U-20 월드컵과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으리'는 2014월드컵 한국을 상징한다.
그러나 골키퍼 김승규와 공격수 이근호·김신욱은 ‘으리’와 실력이 동의어가 아님을 보여줬다. U-20 월드컵 8강-아시안게임 동메달-올림픽 동메달은 2~5년 전의 과거이지 2014년이 아니다. 올림픽 3위 주역 중 월드컵에도 제 몫을 한 건 공식평점 1위(8.68) 기성용 정도다. 이처럼 2년 후도 장담할 수 없는데 4년 후를 어찌 기약할까?
이근호는 2010월드컵 예선 맹활약에도 이후 부진으로 본선행이 좌절된 아픈 기억이 있다. 심지어 2012년 아시아 MVP 수상자임에도 2014월드컵 주전이 아녔다. 김신욱·김승규는 2013년 K리그 베스트 11이고 김신욱은 MVP였음에도 이번 월드컵 선발 1회에 그쳤다.
'으리'가 아닌 실력으로 출전시간을 쟁취한 월드컵이었기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자위하지만 않았다. "승리하지 못해 죄송. 패스 실수 너무 미안." (이근호) "내 실수로 실점해 아쉽다. 월드컵은 경험 아닌 최상 컨디션으로 임해야." (김승규) "부족함 느꼈으나 모든 것 쏟아부어." (김신욱) 대표팀 주력이 아녔음에도 부족함을 자책했다.
"좋은 경험." (홍명보) "경험이 부족했다." (구자철) "김승규한테 정말 잘했고 좋은 경험 될 거라고 말했다. 이범영에게도 뛰지는 않았으나 좋은 경험이라 격려." (정성룡) "값진 경험. 이번 대표팀 월드컵 경험 선수 적어." (기성용), "젊은 만큼 좋은 교훈." (김보경) 공교롭게도 홍명보 감독을 필두로 주요 '으리파'의 소감에는 '경험'이 공통된다. 짧게는 2015년 아시안컵부터 길게는 2018월드컵까지 감독 혹은 선수로 참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러시아·벨기에는 12년 만의 본선으로 2002년 참가자는 1명뿐이다. 러시아는 유럽선수권 3연속 출전이라도 했으나 벨기에는 2000년 유럽선수권 이후 14년 만의 메이저대회다. 알제리의 2010월드컵 참가자는 7명뿐이다. '으리으리한' 올림픽 동메달 수상자가 주축이 된 ‘8연속 본선’의 한국이 '경험 부족'을 논하면 논할수록 더 비참해질 뿐이다.
구자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하나로 뭉치려면 예선부터 같이 이겨냈어야. 그랬다면 단단한 팀 됐을 것. 월드컵 앞두고 팀 만들다 보니 압박과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가장 힘들었을 사람은 주영이 형. 주영이 형 골 넣길 바랐다." 예선부터 '으리으리한' 대표팀이었으면 '단단한 팀'이 됐을 것이다? 여기에 시즌 '71분' 출전의 '주영이 형'까지 옹호하는 것은 그가 왜 '으리'에 살고 '으리'에 죽는 올림픽과 월드컵 주장인지를 보여준다.
요즘 '해피아' 등 '-피아'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올림픽 동메달 주축이 2014월드컵까지 보여준 행각은 '런던마피아'라는 말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경쟁이 아닌 '으리'로 확보한 입지다 보니 '좋은 경험'이었다며 현실을 회피하고 미래를 꿈꾼다. 자기반성은커녕 '으리으리한' 기간이 짧았음을 후회하는 것이 '런던마피아'의 현주소다.
윤석영은 '분데스리가 월드컵 드림팀' 박주호와 같은 왼쪽 수비수다 보니 '으리'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감독과 무관한 영입인 데다가 부상까지 당했음에도 잉글랜드 2부리그 막판 11연속 명단 포함과 3경기 풀타임(1도움)이라는 입지를 확보했고 승격 플레이오프 우승 과정에서도 3경기 중 2경기에 출전했다. '주영이 형'과 같이 묶이기엔 억울한 선수다.
월드컵 직전까지 소속팀에서 '생존경쟁'을 한 덕분일까? "팀에 도움이 안 돼 죄송하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죄송하다. 정신적으로 힘든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공식평점 한국 3위(7.35)임에도 죄송하다고 재차 말할 정도로 윤석영의 소감은 다른 런던마피아와는 달랐다.
물론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와 겨룬 것은 큰 개인 자산이다. 그러나 '경쟁'한 이들과 달리 상당수 런던마피아가 '경험' 운운하며 현실을 외면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자정능력이 존재했다면 '런던마피아'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자기반성'을 기대하기보다는 '으리'가 아닌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실력'에만 근거한 경쟁을 도입하여 '런던마피아'에게 A매치 출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홍명보 감독이 '으리'를 감추기 위해 가식적으로 말한 '원칙'의 진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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