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는 치명적" vs "앞선 사람 밀어줘야"

끝없는 李-朴 대치…"이러다 큰일 날라"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1일 오후 김포공항 스카이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제3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경선 룰 합의에 따른 당헌 개정사항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이 자리에서도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양 진영 간의 지나친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고 당의 '단합'을 내·외부에 과시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간의 신경전은 오히려 노골화됐다.

"스스로 깨끗해야" vs "절차대로 하자"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행사 축사에서 "17대 총선 전에는 한나라당의 상징인 푸른 유니폼을 입고 거리에 다니지도 못했다. 유권자에게 내민 명함이 후보 앞에서 찢겨지는 일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겨냈다. 당이 없어질뻔한 위기와 고통을 이겨내고 이제 정권교체라는 마지막 고비를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나. 가장 깨끗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국민에 약속했고 이를 지켰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스스로 정정당당하고 깨끗하지 못하면 어떻게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대표 재임시절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발언인 것.

그는 "저부터 떳떳하게 평가를 받겠다"면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앞장서 달라.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선후보에게) 돈 문제 등이 있으면 치명적인 것 아니냐.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후보검증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최근 봉합된 두 사람의 갈등상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진영과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던 '분열사태'가 자신의 '양보'로 가까스로 봉합됐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저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나라당 후보로서 나가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오로지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민이 원하는 정당으로 강력하게 나아간다면 우리의 승리는 보장할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앞장 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면서 '지지율 1위' 대선주자로서의 대세론을 확산시키고자 애썼다.

그는 후보검증, 선관위 구성, 후보등록 여부 등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당의 절차가 있지 않느냐"면서 "절차대로, 당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만 답했다.

"저러다가 정말 큰 일이 나려는 모양"

이날 열린 전국위원회는 당헌 개정사항을 의결하기 위하 목적 외에도 분당 직전까지 몰렸던 당 안팎의 상황을 수습하고 '화합'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도 최근 '분열사태'를 경과하는 동안 양 진영의 '갈등'이 중점적으로 부각됐던 것을 의식한 듯 행사 초반에는 간간히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본 행사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굳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 전 시장은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화장실에 가기 위해 대기실을 나섰다가 박근혜 전 대표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전 시장은 "마중하러 나온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악수를 청했고, 박 전 대표는 "오늘은 빨간 넥타이도 매시고…"라면서 웃음으로 응수하며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곧바로 서로를 지나쳐 갔다.

노골적인 양 진영의 신경전을 두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경선 룰) 합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저러다가 정말 큰 일이 나려는 모양"이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