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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총기 난사 사건, 당신의 조직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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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총기 난사 사건, 당신의 조직은 안녕하십니까?

[안종주의 건강사회] 조직이 건강해야 그 구성원도 건강하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주검이 안타깝게도 아직 바닷속에 있지만 이를 건져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 총기 난사 사건이 터졌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이 땅의 청년들이 다섯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비극들은 언제 멈출 것인가? '비극 열차'를 멈출 기관사는 없는가?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비극 열차를 멈추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는 요즘이다. 대한민국은 분명 건강사회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은 건강하지 못하다. 자신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도 결코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눈물을 흘리고 '대리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었는가. 이번 휴전선 지오피 총기 난사 사건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필자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앞으로 곧 보낼 수많은 부모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이번 사건은 잇단 총리 후보자 청문회 전 낙마와 이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 급락, 국방부 장관의 청와대 안보실장 임명으로 군 수뇌부가 과도기인 상태에서 터져 나온 것이어서 우리 사회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이들 사건은 우리 사회의 건강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유명한, 그래서 보건학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꽤 많이 알고 있는 건강의 정의를 1946년 헌장 전문에서 이렇게 내리고 있다. "건강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완전한 안녕 상태(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를 말한다.

'완전한'이란 말이 어디까지가 완전한 것이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건강 정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도 세계보건기구의 건강에 대한 이런 정의와 정신을 바탕으로 건강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정의를 받아들이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다.

▲ 22일 오전, 사건 현장에서 인접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대대삼거리에서 군 장병들이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이 건강해야 그 구성원도 건강하다

주요 요인으로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개인 특성과 행동을 꼽을 수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소득과 사회적 지위, 사회적 지지망, 교육과 문맹, 고용·노동조건, 사회적 환경, 개인들의 건강 실천 노력, 건강한 아동 발달, 건강 체질과 유전적 상태, 보건의료서비스, 성, 문화 등이 모두 건강과 관련이 깊은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짧은 메시지에 담는다면 '사회가 건강해야 개인도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도시가 건강해야 시민도 건강하다'거나 '가정이 건강해야 가족도 건강하다' '조직이 건강해야 구성원도 건강하다'는 말도 된다.

세월호 참사는 한 마디로 돈에 눈먼 우리 사회에서 조직(가장 큰 조직은 국가이며 이 사건에서는 관료 조직, 회사 조직, 종교 조직 등이 관련이 있음)이 타락하면 그 조직 구성원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건강하지 못한 사고를 한다는 사실을 민낯으로 보여준,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전방부대 총기 난사 사건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조직, 즉 군대 조직의 건강하지 못한 요인들이 개인, 즉 사병의 정신 건강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라 지키는 사병이 아니라 동료 잡아먹는 '괴물'을 키운 군대

그 무엇이 임 병장이 야수의 마음을 갖게 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 세밀한 내막은 재판 과정이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자살 시도 전에 유서처럼 남긴 메모를 보면 군대 안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임병과 동료는 물론이고 후임병에게조차 제 대접을 못 받은 채 모멸 속에서 분노를 키운 결과 그는 잠시 '괴물'로 변한 것이다. 아니 군대가 그를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아닌 야수로 키운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군대 안에서는 자살, 가해 등 크고 작은 인명 살상 사건이 벌어져 왔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군대에서는 자살할 위험이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병사 등을 '관심 사병'이란 딱지를 붙여 에이, 비, 시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처가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따돌림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돈과 권력에 모든 것을 걸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로 치달은 결과 가정과 학교, 직장과 군대 등에서 소외되거나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학교 급우로부터 동료 취급을 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어떻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겠는가. 이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적 외톨이가 되어 반사회적 인성을 키우게 될 위험성이 높다. 이들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이런 상태가 치유되지 않은 채 군대에 가게 되면 이들은 언제든지 심각한 사건을 일으킬 위험을 지닌 시한폭탄이 된다. 관심 사병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고육지책이다. 근본적이고 완전한 해결책은 결코 못 된다.

'사회 지도층'이 우리 사회에 암을 퍼트리는 암적 존재는 아닌지 성찰해야

세계보건기구는 완전한 건강을 위해서는 완전한 사회적 안녕 상태를 강조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완전한 건강성을 찾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이 약하고 경제력과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을 보듬고 북돋워 조직과 사회가 아끼고 함께한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야 그 구성원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다. 돈 많고 힘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만, 부모를 잘 두고 공부 잘하고 노래·연기·운동을 잘하는 사람만 건강하게 잘 사는 사회는 결코 건강사회가 아니다. 힘 없고, 돈 없고, 백 없고, 장애가 있고, 공부 못하는 사람들도 기회를 얻고 동등하게 사람 대접받는 사회, 즉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건강사회다.

요즘처럼 불안을 증폭시키는 일들이 계속되면 대한민국 미래에는 빨간 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누구의 말마따나 국가 개조는 나라님이 생각하는 바대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똬리를 틀고 영원한 갑 행세를 하는 많이 가진 자, 힘 있는 자, 권력을 가진 자들의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엉뚱한 곳을 뜯어고치겠다거나 고쳐야 할 곳을 고치지 않는다면,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 사회에 퍼진 암을 도려낼 수 없다. 대통령, 국회의원, 법조인, 고위공무원, 언론간부 등 흔히들 여론 주도층 또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부르는 이들부터 자신들이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역들은 아닌지, 건강성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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