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에 노출돼 신경질환을 얻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불산은 피부에 닿으면 깊이 침투해 신경계 조직을 파괴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윤모(45) 씨가 "요양 급여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윤 씨는 2012년 5월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폐수 처리장에서 보호 장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약 30분 동안 배관 연결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불산 처리용 화학 보조제가 섞인 폐수에 손발이 노출됐다.
윤 씨는 지난해 1월 병원에서 독성물질에 의한 신경질환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직후 윤 씨 피부에 큰 이상이 없었고 그와 같이 작업한 동료에게는 신경질환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윤 씨의 감각 이상도 그의 허리 디스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저농도 불산에 노출된 경우 눈에 띄는 피부 화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독성물질에 대한 반응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윤 씨 손발이 노출된 폐수 속 화학 보조제는 공업용 폐수에서 불산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고, 사고 당시 윤 씨가 신었던 운동화에서는 다량의 불소 이온이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윤 씨의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본 근로복지공단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불산은 수소(H)와 불소(F)가 합쳐진 불화수소(HF)를 물에 녹인 액체를 가리킨다. 무색의 자극적 냄새가 나는 휘발성 액체다. 반도체 공정에선 실리콘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는 데 쓰이며, 석유 정제, 알루미늄과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의 제련, 전자회로와 각종 화학물질의 제조 등 다른 산업에서도 사용된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지난해 1월과 5월 잇따라 불산이 누출돼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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