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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舌禍)는 피할 수 없는 정치인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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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舌禍)는 피할 수 없는 정치인의 운명?

[말 말 말]"식당 주인" 부터 "좌파 신자유주의"까지

"정치를 하다 보니 입을 다물면 정치가 아닌 것 같다." 지난 달 25일 이 전 시장이 한 강연에서 내놓은 말이다.
  
  당시 이 전 시장은 "지금은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말이 많아서 몇 달 말을 조심했더니 이명박도 아니고…, 그렇게 됐다"면서 "다시 이명박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으로 돌아 간 이후 이 전 시장의 발언은 거침이 없어졌지만 자신이 말 대로 '말에 대한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말은 누구에게나 양날의 칼이지만, 특히 정치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한 마디 말은 정치인의 위상을 몇 단계 올려놓기도 하고, 몰락시키기도 한다.
  
  '말'하면 일가견이 있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열린우리당에서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않는 게 좋겠다"는 고전의 한 문장을 내놓고 입을 다물기도 했다.
  
  '동성애 혐오 발언', '장애인 낙태 발언'에 이은 '중견배우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 전 시장의 구설수를 계기로 현 정부 들어 정치인의 말로 빚어진 논란을 짚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
  
  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인터넷 국민과 대화'에서 "양극화 해소와 FTA는 선진한국으로 가는 양 날개"라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좌측 깜빡이 켜놓고 우회전 한다'는 세간의 우스개 소리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 발언은 이 때부터 현 정부를 상징하는 문구가 돼버렸다. 청와대는 즉각 "일종의 조크"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 이후 '유연한 진보' 등 '좌파 신자유주의'의 다양한 변주가 노 대통령,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조기숙 전 홍보수석의 "대통령은 21세기, 국민은 독재시대"
  
  조기숙 전 홍보수석은 지난 2005년 8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 "대통령은 21세기형으로 하라고 국민이 뽑았는데 국민들이 독재시대 문화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노비어천가' 논란을 빚은 이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조 전 수석은 "결코 국민을 모독할 뜻이 아니었다"며 "독재시대의 문화가 남아 있고, 국민이 아직도 그런 문화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 뒤에도 조 수석은 각종 크고 작은 설화에 시달렸고 "혼자 비 맞는 대통령이 안쓰러워 비라도 같이 맞겠다고 뛰어 들어왔지만 정작 저 때문에 폭우가 더 쏟아지는 것 같아 대통령께 부담만 드리는 참모가 아닌지 자주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최연희 의원의 "음식점 주인인 줄 알고…"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내던 지난해 2월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 및 정치부 기자들과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를 추행했다가 고발 당한 최연희 의원은 "술이 취해서 정신이 없었다"며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의 이 발언은 "그렇다면 음식점 주인은 성추행해도 된다는 말이냐"는 격한 반응을 낳았다. 비난 여론에 못이겨 탈당은 물론 잠적까지 했던 최 의원은 지난해 7월 "앞으론 잘하겠다"며 정치재개를 선언했다.
  
  하지만 3선으로 한나라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무소속 최연희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게 중평이다.
  
  ○…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지난 2004년 4.15 총선을 불과 20여 일 남겨둔 3월 26일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 언론사 대학생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라며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다시 하면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노란 점퍼를 입고 '몽골기병' 정신을 설파하며 '우리당 돌풍'을 진두지휘하던 정 전 의장은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선거를 사흘 앞두고 선대위원장 직과 비례대표 후보 직을 모두 사퇴하며 다소 뜬금없이 '탄핵세력 부활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었다.
  
  지난 2002년 대선의 경선지킴이, 우리당 초대 의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정 전 의장의 기세는 이때부터 한 풀 꺽였다는 게 중평이다. 정 전 의장의 지금 대선 지지도는 2~3% 선에 불과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친북좌파들은 사과한 적 있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혁당 재심 판결에 대해 "내가 사과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사과 요구를 일축하며 뜬금없이 "친북좌파의 탈을 쓴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박 전 대표는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 때도 민간인들이 죽고 군경이 희생됐지만 친북좌파들은 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서해교전, 1.21사태,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의 피해가족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나도 어머니가 북한의 흉탄에 돌아가신 아픔이 있다"면서 "1.21 사태 때 (북한에서) 내려온 분들이 아버지 이름을 대면서 '대통령 목을 따러 왔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북좌파가 먼저 나한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아버지 박정희'는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가장 큰 족쇄이기도 하다. 이 '친북좌파' 발언이 그것을 실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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