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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호소 "아무것도 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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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호소 "아무것도 하지 말아 주세요"

[뉴스 클립] 정혜신 "살아온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경기도 안산에서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단원고 학생들의 심리 치료를 맡고 있는 정혜신 박사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생존 학생들이 정 박사와의 상담 결과를 정리한 글을 배포하기에 앞서 하루 일찍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호소문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2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생들은 "여러 감정들이 순간순간 한번에 튀어나올 때가 많다"며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감자기 우울해졌다가 금방 웃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저희를 보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전형적인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현재 심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들, 그리고 기자들. 어디를 가든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또 '교복·2학년 이름표 등 자신이 단원고 학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자꾸 숨게 되는 점'을 얘기하며, '기자들을 주변에서 쫓아달라며 단원고를 기자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웃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모습이 오해를 살까 웃지 못하겠다며, 평소처럼 대해 달라. 부담스럽게 하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

같은 날, 정혜신 박사는 '안산이야기 Ⅲ'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생존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많은 준비와 다짐 끝에 사흘 후 단원고로 모두 복귀한다"고 밝혔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 75명 중 73명은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받아 왔다. 나머지 2명은 학교에 복귀한 상태다.

정 박사는 "지난주에 아이들은 '학교 들어갈 때 가장 두려운 것들'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으며 "그 내용을 정리해서 자기들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썼고 월요일(6월 23일)에는 학교 주변 상가나 버스 기사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유인물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단원고 1학년과 3학년 선후배들에게 보내는 글도 내일(23일)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존 학생들의 글과 관련해 정 박사는 "사고 이후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 아이들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이 이 글을 쓰게 한 동력"이라며 "아직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 수십 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글, 아이들의 불안이 배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존 학생들은 아직 친구와 친구 부모님들에 대한 죄의식, 하늘로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그 기억들 때문에 많이 힘들다"며 "내일 배포되는 이 아이들의 편지를 한 문장,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어 살아온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지 않는 사회, 최소한 그런 사회의 어른이 되길 두 손 모아 바란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는 트위터(@paulmun21)에 학생들의 호소문을 게시하고 "생존 학생들 마음을 잘 헤아려야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도 "어른들이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해 줘야 한다"며 "지금은 적당히 바라만 봐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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