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의 위성과학자거리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월 20일 보도했다. 올해 1월 김정은 제1비서가 국가과학원을 현지지도하면서 은정과학지구에 과학자 주택단지를 건설하라고 하면서 3월 5일 공사가 시작된 곳이다. 조선중앙TV는 "건설자들의 힘찬 투쟁에 의하여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수십 동에 천 수백 세대에 달하는 살림집들과 … 구획내 모든 건물들의 골조공사와 내외부 미장이 완공되었으며 장마철 전에 외벽타일붙이기를 끝내고 내부 공사에 총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놀라운 건설속도, 조선속도가 창조되고 있다고 대만족을 표시"하면서, 오는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까지 건설을 완공해 "당에서 과학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자고 독려했다. 3월에 공사가 시작됐으니 7개월 만에 모든 공사를 끝내라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질보장에 선차적인 관심을 돌려야 한다"며 건축물의 안전도 챙기라는 지시를 하기는 했지만, 강조점은 어디까지나 기한 내 공사 완공에 있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연이어 방문한 능라도의 5월 1일 경기장 개보수 공사현장에서도 공사기일을 강조했다. "군민협동작전의 위력으로 … 짧은 기간에 총공사량의 70%를 해제끼는 성과"를 이룩한 것을 치하하면서, 경기장 개보수 공사를 역시 오는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까지 끝낼 것을 지시했다. 지난 5월 김책공대 교육자 아파트 건설현장 시찰에서도 당창건기념일까지 완공을 지시한 것을 보면,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을 건설업적을 과시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
아파트 붕괴 사고에도 '속도' 강조 움직임 여전
사업을 전격적으로 밀고 나가 최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는 '속도전'은 북한 역사에서 뿌리가 깊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에서부터 10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각종 전투, 희천 속도, 마식령 속도 등 북한의 속도전을 대표하는 구호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속도전은 원래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최상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본과 기술, 장비가 부족한 북한에서 '최단기간'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강조하다 보니 각종 부실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 5월 평양 평천구역에서 발생한 23층 아파트 붕괴사고가 단적인 예이다.
북한은 참사 직후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담당 간부들이 주민들 앞에서 사과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에도 정작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파트 붕괴 사고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속도'보다 '안전'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북한의 모습을 보면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기야 최고지도자가 여전히 '조선속도'를 강조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내실과 안전을 거론할 수 있을까?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러한 사고에서 교훈을 얻어 개선점을 찾지 못한다면 또 다른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발전이 없다는 얘기다. 쳇바퀴돌듯 맴돌고 있는 북한 체제의 현실은 어쩌면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북한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http://www.e-nkfocus.co.kr)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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