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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올 세계 경제 공황…"산업 통제하는 노동자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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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올 세계 경제 공황…"산업 통제하는 노동자가 대안"

[토론회] 노동자 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출범

'자본주의 철폐와 근본적 사회 변혁'을 내걸며 노동자 운동 연구공동체 '뿌리'가 출범했다. 한국 노동 운동을 무기력과 침체에 빠트린 조합주의와 부문주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아래로부터의 능동적 노동자 운동'이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양준석·오민규·오연홍·최영익 등 네 사람이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뿌리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을 알리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조합 및 사회운동 활동가 40명가량이 참석한 이 날 토론회는 '세계 계급투쟁의 역사적 교훈'과 '세계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 투쟁'이란 두 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로 발제를 한 최영익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그 체제에 맞서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은 노동자에게 있다"며 "생산과 이윤 창출 활동을 멈출 수 있는 압도적 다수는 노동자 계급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세기 초중반 유럽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계급 투쟁 및 노동자 혁명의 역사를 개괄하며 "역사 안에서 노동자들은 새로운 생산 체제와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지만 "결국 관료주의와 개량주의로 쓰라린 퇴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 노동자 계급은 20세기 초중반과 비교해 몇 배 이상 증가했고, 그 사회적 영향력과 세계적 연결성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욱 강력해졌다"며 "때마침 열리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의 두 번째 위기 국면에서 소중한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고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으로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이 패닉에 빠진 2008년 9월,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분주히 거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 주목하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의 정책위원이기도 한 오민규 연구원은 '세계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 투쟁'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산업의 파급효과, 노동자들의 응집력 등의 면에서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가 그만큼 노동자 운동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연구원은 '리셋(reset·재시동)'이란 화두를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 세계 경제가 일순간 정지된 것처럼 보였지만, "곧바로 거짓말처럼 째깍째깍 돌아갔던 일"을 컴퓨터 용어인 '리셋'에 빗댄 것이다.

오 연구원은 "먹통이 된 컴퓨터가 리셋 후에 다시 구동되더라도 사오정처럼 움직이듯, 세계 경제 또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전과 후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공포 영화 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2009년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갔던 제네럴모터스(GM)은 미국에서만 47개 공장 중 14개를 폐쇄하며 2만1000명을 정리해고했다. 크라이슬러 역시 미국에서만 조립공장 4개를 폐쇄해 2만70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대륙을 넘어 유럽에서도 구조조정의 광풍은 몰아쳐 2010년 GM이 벨기에의 안트베르펜 공장을 폐쇄해 3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듬해에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공장을 폐쇄해 1400명이 해고되는 등 유럽 전역의 57개 완성차 조립공장 중 7곳이 폐쇄됐거나 올해 안에 폐쇄가 예정돼 있다.

오 연구원은 "한국도 2009년 쌍용자동차를 두고 청산이냐 회생이냐의 거대한 싸움이 벌어졌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자체가 놀라울 만큼 어마어마한 살육전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임금제와 비정규직화, 그리고 물량 경쟁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와 같은 구조조정을 전후로 '이중임금제'와 '비정규직화'를 도입 및 확산하게 된다. '회생'을 명분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2007년 이 이중임금제를 받아들임으로써 GM은 새로 들어온 노동자의 임금을 기존 28달러가 아닌 14달러로 책정할 수 있었다.

이중임금제는 이후 캐나다를 거쳐 스페인으로도 넘어가 2012년 11월 르노자동차에 상륙한다. 노동조합의 양보와 함께 도입된 이 제도로 신규채용 노동자의 임금은 기존 노동자의 72%까지 낮아질 수 있게 됐다.

오 연구원은 "이중임금제는 한국의 '사내하청' 제도가 북미와 유럽 대륙의 현실에 맞게 수출된 형태"라며 "다만 한국의 사내하청 제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조 결성의 권리와 교섭·파업의 권리를 제약하고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중임금제 등을 통해 "원기를 회복한" 자동차 자본은 이번에는 세계적 수준의 물량 경쟁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가장 많이 양보하는 곳으로 차세대 신차물량 생산을 배정함으로써 속썩이는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임금과 노동조건 및 고용 또한 마음대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GM이다. GM은 벨기에 안트베르펜공장을 2010년 폐쇄한 후 이곳에서 생산하려던 오펠 모카 물량을 한국 부평공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려던 쉐보레 트랙스(=오펠 모카) 물량 절반을 2012년 이중임금제와 노동시간계좌제 등의 양보를 한 스페인 공장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의 작업장 ⓒ연합뉴스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동차 산업 통제해야"

오 연구위원은 이 같은 '쥐어짜기'와 세계적 수준의 물량 경쟁 등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그 결과 결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누군가는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노동자들도 주요 메이커(제조업체) 중 한두 개는 망할 거란 걸 알고 있다"며 "그저 '우리는 아닐 것이다'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공황을 앞둔 자동차 산업에서,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산업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윤 추구를 위한 자동차 생산이 아니라 인류에게 실제 필요하며 안전하고 조금이라도 배기가스를 덜 만드는 자동차 산업을 만드는 쪽으로, 노동자들이 먼저 사고의 틀을 전환해야 한단 것이다.

그는 "자동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면 '몇 월부터 몇 월에 사이에 만든 우리 회사 신차는 사지 마시오. 다 불량이오'와 같은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결국 생산 현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노동자고, 튼튼한 차를 만드는 데 자부심을 가진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자본의 그것과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세월호 참사는 선박을 운항하는 노동자들, 선박 증축에 동참한 노동자들, 선박 검사를 해온 노동자들이 문제가 있단 것을 알면서도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은 결과"라며 "노동자들이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실제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도 작업 안전과 차량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하루 일당직 알바 투입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며 "튼튼하고 안전한 차를 만들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휴일 특근을 거부하는 게 유익하다"고 진단했다. "특근 중단으로 줄어들 임금을 만회하기 위해 기본급 인상과 월급제 실시로 승부를 보잔 얘기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세계적 수준의 물량 경쟁의 대안도 노동자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당장 GM이 호주공장을 폐쇄한 후 물량이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최 연구원과 오 연구원의 발제는 연구소 뿌리가 향후 부정기 발간할 무크지 <뿌리> 1호에 더욱 자세하게 실려있다. 뿌리는 정기 후원 회원에겐 <뿌리>를 무료로 배송하겠다고도 밝혔다. (☞ 자세한 정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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