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직무수행 부정 평가율이 긍정 평가율을 넘어섰다는 한국갤럽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직무수행 평가의 긍정 응답은 통상 대통령 지지율로 해석돼 왔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지지세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는 지표여서 주목된다. 이같은 평가의 직접적 원인은 '문창극 사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갤럽에 따르면, 이 기관의 6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3%,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8%였다. '잘하고 있다'는 답은 지난 주 대비 4%포인트 떨어졌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긍정적 응답률이 가장 낮았던 적은 지난해 3월 4주의 41%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전주 대비 5%포인트 올라 취임 이후 최고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이 부각되면서 크게 한 번 올라 취임 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문창극 총리 내정자 사태 이후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정 평가율은 지난해까지 40%가 가장 높았으나 올해 5월 1주에 41%, 5월 2주 42%로 오른 데 이어 지난주에는 다시 43%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보기)
집권 2년차를 맞고 있는 박 대통령의 긍정-부정 평가 역전 시점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1년차)보다 늦었지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3년차)보다는 빨랐다.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선 이후 다시 역전한 경우는 없다. 갤럽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년차 1분기 직무 평가는 긍정률이 부정률보다 높았으나, 모두 긍정-부정률 역전 상황을 맞이했고 이후로는 퇴임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이유로 든 것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인사 39%, 소통 미흡 11%, 세월호 사고 수습 미흡 10% 순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0%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나,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선 것이 결국 문 내정자로 상징되는 '인사 참사'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실시한, '문 내정자가 신임 국무총리로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서 '적합하다'고 답한 경우는 겨우 9%에 지나지 않았다는 데서 나타났다. '적합하지 않다'는 답은 64%였다. 지역·성별·연령 등 모든 특성별로 부적합 의견이 우세했는데, 대구·경북지역(적합 13% 부적합 60%), 50대(적합 12% 부적합 64%)와 60대 이상(적합 11% 부적합 60%) 등 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집단에서도 부정적 답이 많았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적합 18%, 부적합 51%로 나온 것은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들 가운데서도 16%만이 문 내정자가 총리에 적합하다고 답했고, 50%가 부적합 의견을 표시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2%, 새정치민주연합 31%, 정의당 3%, 통합진보당 3% 등이었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통합 직후인 3월 2주 이후 지난 주 들어 처음으로 다시 30%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1%포인트 추가로 오르며 6주째 오름세를 보였다.
갤럽이 자체 시행한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무작위걸기(RDD) 표본에서 추출한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9일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6%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전국 8권역 및 성·연령대 특성 비율에 따라 사후 가중처리해 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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