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하기 힘든 사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이 사건에 대해 "기획예산처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감사 중에서도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열린우리당이나 친노 외곽단체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인데 차제에 인사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임무는 인사를 하는 데까지고, 그 이후 근무 실태는 해당기관이나 기획예산처 소관이 아닌가 싶다"며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 사정라인의 관계자는 "변명하기 힘든 사건"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인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고 진단했다.
"정치인 출신 공기업 감사가 일 잘한다"던 청와대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어 온 낙하산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줄곧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특히 공기업 감사에 대해서는 "정치인 출신이 더 낫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문해남 인사관리비서관은 지난 해 7월 '공기업 감사, 외부에서 와야 제 역할 가능'이라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문 비서관은 "일부 언론이나 강성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을 지지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의 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정치인인 만큼 국가와 정부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고, 또한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공헌한 만큼 정부운영을 꼭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책임감도 더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 비서관은 "정치인 출신은 전문성이 없으면서 그저 자리만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보는 시각도 사실과 다르다"며 "정치인은 국정운영이라는 넓은 의미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또 요즘 정치인들은 과거 구시대 정치인과는 달리 정보통신,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전문성을 축적해 오신 분이 많다"고 강조했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더라"
한 공공기관의 임원은 "정치권 출신 감사가 이완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효과도 있긴 하다"며 '낙하산 인사'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인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임원은 "하지만 금방 떠날 사람들이다 보니,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선거나, 정치권 돌아가는 데 관심이 쏠려 있더라"고 전했다.
이 임원은 "기본적으로 줄이 튼튼한 사람들이니까 조직이 감사들을 통제하기도 힘들다"며 "그냥 '왔다가 가는가 보다' 하는 거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출신 감사로 탁월한 업무실적을 거둔 바 있는 한 인사가 해당 공기업 이사장 인사에 공모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이 인사를 꺽은 사람은 청와대 경호실 고위직에서 물러난 인물이었다.
'감사 출신 인사가 전문성이 더 뛰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이야 그렇지만 그 감사가 임명되기 전과 지금 일을 시작하는 이사장의 전문성을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두 번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평했다. '전문성보다는 나눠먹기' 원칙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일인당 800만 원 짜리 외유성 남미 세미나'의 배경에는 이런 속사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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