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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하청 노동자, 가스 질식 7시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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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하청 노동자, 가스 질식 7시간 방치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법석" 원청 임원 망언에 반발

현대미포조선에서 하청 노동자 3명이 유해가스에 질식한 채로 7시간 가까이 방치돼 있었던 것과 관련, '울산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이 "의혹 한 점 없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은 17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시간 재해자 방치는 명백한 살인 행위"라며 "현대미포조선 관리 책임자를 즉각 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미포조선에선 지난 10일 오후 건조 중인 석유화학운반선 안에서 일하던 ㅅ 기업 소속 노동자 5명이 도장 작업 도중 유해가스에 질식돼 의식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중 박 모(59) 씨는 중태이며, 황 모(57) 씨와 천 모(55) 씨 또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박 씨는 수면제 집중 치료를 받다가 15일 "썩은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상황"이라고 대책위는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대책위의 말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ㅅ 기업은 이날 오후 1시께 노동자들은 선박 3번 탱크에 투입했으며 오후 3시 27분에 박 씨의 가스 중독 증세를 목격한 천 씨의 전화로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박 씨는 탱크 바닥에서 붓 도장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이에 ㅅ 기업의 반장 황 씨가 목격자 천 씨와 함께 박 씨를 구조하러 갔으나 두 사람 모두 의식을 잃었고, 또 다른 3명이 추가로 선박에 들어갔다 2명이 의식을 잃고 나머지 1명이 119에 신고했다. 회견 주최 측은 "2차 구조자들은 오후 6시 이후에 구조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11시 50분께야 울산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119 신고 시각은 오후 10시 14분이다.  

"구속 수사해서 진상 규명해야"

회견 주최 측은 "사고가 축소·은폐돼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일주일이 다 되도록 어쩌다 7시간 방치라는 상황이 생겼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백선 지회 사무국장은 "2차 구조자들이 병원 치료를 받은 직후 자취를 감췄고, 치료 중인 이들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사고 당일 상황을 제대로 알 수조차 없다"며 "경찰이 원·하청을 모두 신속히 조사해야 하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찰 수사 없이는 애초 ㅅ 기업이 사고를 인지한 직후 원청사인 현대미포조선에 사고 사실을 신고했는지부터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왜 바로 119 등에 신고하지 않고 안전 장비 없이 1·2차 구조자들이 선박 안에 진입했는지, 2차 구조자들이 투입된 때가 언제이며 119신고 시각과의 시차는 어느 정도인지 등 주요 사실도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법석" 원청 임원 망언에 반발

회견 주최 측은 "애초 작업장 안전 관리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는 지적도 했다. 스프레이 도장 작업 후 붓 도장작업을 할 때는 주변 산소 농도를 측정해 충분히 건조된 때인 2~3일 후에야 작업자를 투입해야 하나 이번에는 "스프레이 도장 작업 바로 다음 날 붓 도장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산재 사고 은폐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책위는 "사고를 산재로 처리하려고 하면 하청 사장이 원청 부서에 불려가기 마련"이라며 "산재 처리 건수가 올라가면 원청과 계약이 어려운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안전 담당 간부가 한 망언도 사건을 키우고 있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오 모 안전상무는 지난주 금요일 소방훈련 시간에 하청 노동자 수백 명 앞에서 이번 사고를 언급하며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난리법석을 피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현대미포조선이 하청 노동자 산재 사고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가졌는지가 그대로 확인된 것"이라며 "그러나 하청 노동자 안전 관리는 바지사장에 불과한 하청 사장이 아닌 진짜 사장인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그룹 관계자는 "비록 하청 기업의 일이긴 하나 우리 사업장 안에서 발생한 만큼 반성과 함께 사고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을 하려고 한다"며 오 상무의 발언에 대해선 "한 개인의 말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ㅅ 기업이 사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뒤늦게야 사고를 알았다"며 "원·하청 신고 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재 은폐가 일상적이라는 회견 주최 측 주장에 대해선 "산재를 은폐한다고 원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하나도 없다"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그룹 산하 계열 조선소에서는 지난 3월 6일부터 약 두 달 사이 7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논란이 일었다. 사상자 모두는 하청 노동자다. (☞ 관련 기사 보기 : 가만히 있으라…"세월호와 닮은 꼴 현대중공업", 두달 새 8명…현대중공업 '죽음의 행렬', 왜?"현대중공업 대주주 150억 배당…하청 8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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