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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항문검사, 구치소에선 왜 '무조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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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항문검사, 구치소에선 왜 '무조건'인가?

천주교인권위 "강제 항문검사, 기본권 침해" 헌법 소원

구치소에 들어가면 ‘항문 검사’를 받는다. 속옷을 벗고 맨발로 전자영상 검사기에 올라가 다리를 벌리고 용변을 보는 자세로 쪼그려 앉는다. 그리고 검사기에 달려 있는 카메라에 항문 부위를 보이게 한다. 교도관은 검사기에 연결된 모니터에 나타난 항문 부위 영상을 관찰한다. 

이런 절차가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할 걸까. 수용자에게 수치심을 주는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7일 보도자료에서 구치소 입소 과정에서 강제로 항문검사를 당한 수용자가 지난 13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강제 항문검사 거부한 수용인에게 "(인권위에) 꼭 진정해라" 비아냥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조모 씨가 겪은 일이 발단이 됐다. 조 씨는 지난 3월 17일 성동구치소에 수용됐고 지금은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다. 조 씨는 성동구치소 입소 과정에서 수치심을 이유로 항문검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담당 계장의 지시로 기동순찰팀 2명과 일반 교도관 1명이 조 씨의 팔을 등 뒤로 꺾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조 씨가 몸을 비틀어 발바닥이 검사기의 발바닥 표시 부분에서 떨어져 검사기가 작동하지 않자, 교도관들은 양 발의 발등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항문검사를 진행했다. 조 씨의 상반신은 러닝 차림이었고 하반신은 팬티가 무릎에 걸쳐진 상태였다. 

교도관들은 강제 항문검사로 아무런 위험물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 씨가 항문검사를 거부하면서 소장 면담을 요구하자 담당 계장은 “야간에는 내가 소장이다”라고 말했고, 조 씨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겠다고 하자 기동순찰팀원은 “꼭 진정해라. 그게 내가 바라는 바니까”라면서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일괄적 항문검사, 구시대적 행정편의적 발상"

천주교인권위가 구치소 수용자에 대한 신체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천주교인권위는 17일 보도자료에서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금지물품이나 위험물의 반입을 막으려면 신체검사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용자의 연령, 범행 내용, 범행 횟수, 사고 유발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모든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항문검사를 일괄적으로 하는 것은 수용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아래 형집행법) 제93조 제2항은 “수용자의 신체를 검사하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고통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유의하여야 하며, 특히 신체를 면밀하게 검사할 필요가 있으면 다른 수용자가 볼 수 없는 차단된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런 법 취지에 따르면, “항문검사는 수용자가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총기나 마약 등 반입이나 소지가 금지된 물품을 은닉하고 있어서 다른 방법으로는 은닉한 물품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실시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천주교인권위의 입장이다. 여기서 ‘다른 방법’이란 외부로부터의 관찰, 촉진에 의한 검사, 겉옷을 벗고 가운 등을 걸치게 한 상태에서 속옷을 벗어서 제출하게 하는 등을 뜻한다. 

천주교인권위는 “모든 수용자를 상대로 항문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극히 구시대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수용자는 범행사실, 범행전력 등이 제각각인데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항문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그로부터 얻어지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죄질에 따라 개별 검사, 교정시설은 여전히 일괄 검사

천주교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교정시설 수용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조씨의 경우 항문 부위에 금지물품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반입할 만한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면서 “더군다나 성동구치소 측은 항문검사를 하기 위해 강제력까지 행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는 “항문검사를 대신하여 엑스레이 검사 등 다른 방법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조 씨의 수치심 유발을 줄이고 인격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항문검사만을 강요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2003년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개정해 유치인의 죄질에 따라 개별적으로 간이·정밀검사를 적용하고 있지만, 교정시설은 모든 수용자에 대해 한가지 방법으로만 검사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이미 항문검사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천주교인권위 측은 3년이란 흘렀고 재판관 대부분이 교체된 점 등을 고려해 위헌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2004년 세상을 떠난 고(故) 유현석 변호사의 유족이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천주교인권위는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소속 변호사들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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