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난징대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한 것을 두고, 일본은 중국에 등재 신청을 취소하라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이같은 입장이 현재 한일 양국이 진행하고 있는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1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중 양국의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기에 유네스코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일·중 간 과거 한때의 부(負)의 유산을 무의미하게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부정적인 유산'에 불과한데, 이를 자꾸 끄집어내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통신은 이어 스가 장관이 난징 대학살 희생자에 대해 "구 일본군의 난징 입성 후, 비전투원의 살해와 약탈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구체적인 사망자 수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며 "정부로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스가 관방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일본이 여전히 과거사에 대해 자국 중심적이며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3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직후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고노 담화의 계승이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라고 밝히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반성하기보다는 발끈하고 나서면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한중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센카쿠(尖角)열도/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일 관계에 위안부 문제까지 겹치면서 양국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이후 개최됐던 한일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도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10일 중국 내에 있는 위안부 관련 자료를 단독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난징대학살 및 위안부에 관한 진귀한 역사적 사료를 등재 신청한 목적은 역사를 깊이 새기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인류의 존엄을 수호함으로써 이런 비인도적, 인권침해적·반인류적인 범죄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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