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문 공개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가 "한미FTA로 인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도 향후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한국이 균형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협상이 한참 진행되던 때 청와대는 "우리는 오직 경제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한미FTA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는 한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를 향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다.
"경제외적 부수 효과를 따져보자"
대통령직속위원회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은 11일 '한미FTA는 동북아 통합의 지렛대'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했다.
이 위원장은 "북핵문제와 한일관계 악화 등의 제약요인으로 인해 동북아시대 구상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그 방향성의 적절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비전으로서의 의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지난해 한미FTA협상 초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은 끝났다고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고 되짚었다.
동북아시대를 강조하던 정부가 중국과 일본과의 시장통합을 추진하는 대신 미국과 FTA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던 것.
이 위원장은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 한미FTA협상은 타결되었다"며 "필자로서는 한미FTA가 경제내적 논리와 이해관계를 중시하면서 추진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협상이 타결된 이상 경제 외적 부수 효과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두려울 것이 별로 없다"
이 위원장은 "한미FTA를 동북아 통합의 촉매제, 한국의 주도성 발휘 가능성, 동북아 질서 구축에 있어 균형 역할 수행 잠재력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해석해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근 국가들, 특히 일본과 중국에게도 한미FTA협상 타결이 대단한 충격과 당혹감으로 다가갔다는 점은 언론에도 이미 크게 다루어진 바 있다"며 "지금 일본이나 중국을 보면, 우리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덥석 잡을 것 같은 태세"라고 말했다.
그는 "날로 늘어나는 역내 교역규모로 미루어볼 때 언젠가는 중국과 일본과도 FTA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우리는 향후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고 우위를 가질 수도 있다. 미국과의 FTA협상도 성공적으로 해냈는데 우리에게 두려울 것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한미FTA로 한편으로 기존의 해양축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륙축을 새로운 동반자로 삼아 국가를 균형있게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이제 '샌드위치론'이나 '새우론'과 같은 소극적 자세를 털고, 균형적 위상과 거점국가론을 화두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원교근공'으로 동북아통합?
한미FTA 협상을 총괄지휘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달 초 협상 타결 직후 보수적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항상 강조했던 말은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친교를 맺어 가까운 곳을 공격한다) 이다.
당시 김 본부장은 손자병법을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러시아·동남아 사람들은 이 지역(동북아) 패권에 전혀 관심이 없어 이들과는 FTA를 더 편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본부장과 이 위원장의 말을 합하면 '원교근공으로 동북아 통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된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다음 주 수요일(16일) 노무현 대통령이 매일경제신문, MBN과 단독 인터뷰를 갖는다"고 전했다.
천 대변인은 "이 매체가 이미 몇 달 전에 인터뷰 신청을 했고 경제이슈에만 한정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그 즈음에 한미FTA 협정문도 공개되기 때문에 홍보수석실의 건의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FTA 찬성론을 펼치는 데 큰 몫을 한 이 언론사의 장대환 회장은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위원장 한덕수)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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