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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초래한 KBS 길환영, 결국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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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초래한 KBS 길환영, 결국 '불명예 퇴진'

양대 노조, 총파업 8일 만에 '파업 중단' 선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는 결국 '국민의 KBS'를 선택했다.

5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표결 결과, 찬성 7표, 반대 4표가 나와 가결됐다. 길 사장은 양대 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자진 사퇴도 아닌, 이사회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KBS는 이로써 '총파업 연장'이라는 파국을 면하게 됐다.

▲5일 KBS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 가결로 퇴진 불명예를 안은 길환영 사장. ⓒ연합뉴스

KBS 이사회는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개최, 11명 이사 전원 참석 하에 표결을 진행했다. 길 사장은 표결에 앞서 소명 기회를 가졌으나 결국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출한 해임제청안은 찬성 의견이 7대 4로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

해임안이 가결됨에 따라 지난달 29일부터 8일째 총파업을 해 온 양대 노조는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가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의결기관'으로서의 방송법상 이사회의 권능에 충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떤 사장이라도 보도나 프로그램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사장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공영방송 KBS의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앞서 여러 번 밝혔던 대로 길 사장의 퇴진은 우리 싸움의 목적지가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지난한 싸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노조는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오는 6일 새벽 5시를 기해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길 사장 해임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승인만이 남았다.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는 즉시 이사회는 차기 사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이사회 참석을 위해 KBS 건물 내부로 입장하는 KBS 이길영 이사장(왼쪽에서 두번째 전화 받는 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결국 길환영이 부른 이사회의 '용단'

당초 이날 가결 여부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용단'을 부담스러워하는 여당 측 이사들이 끝내 버티기로 일관하지 않겠느냐는 것.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도 여야 이사들이 약 9시간 동안 갑론을박을 벌이다 결국 표결이 유보됐었다.

그러나 이사회에 더 이상의 퇴로는 없었다. 사방에서 '길환영 해임' 압박이 들어왔다. 사내 구성원뿐 아니라 언론학자들, 심지어 여당 의원조차 "현 사장 체제의 KBS는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은 길 사장 스스로가 초래한 일이었다. '청와대 보도 개입' 정황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계기였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1차 폭로 이후, 그는 꾸준히 자신을 고립시키는 길을 걸었다.

각 직능협회에서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노조에서 수차례 총파업 예고를 했음에도 길 사장은 꿋꿋했다. 되려 사내 담화문, 특별 조회사 등을 통해 노조 총파업을 '직종 이기주의', '좌파 세력의 선동'이라고 일축하고, 노조 간부들에게 징계를 운운하며 협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사대'에 참여하지 않는 보직자들을 지역으로 전보 발령을 내리는 '보복 인사'를 단행했다.

결국 KBS 사상 유례없는 350여 간부들의 '보직 사퇴' 릴레이가 이어졌고, 측근 간부들조차 "등에 칼을 대는 비열한 짓을 하겠다"며 그의 곁을 떠났다. 길 사장 곁에 남은 이들은 한 줌에 불과했다.

모두가 이사회의 판단만을 기다린 상황. 길 사장을 사장 자리에 앉혔던 이사회는 끝내 제 손으로 그를 '폐위'시켰다.

사상 첫 '재직 중 내부 승진' 사장으로 주목받으며 그 누구보다 영예로운 출발을 했던 길 사장은 그 누구보다도 초라하고 쓸쓸한 끝을 맞게 됐다. 1년 7개월, KBS의 '길환영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5일 이사회 개최 전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 촉구 총회를 벌인 KBS 양대 노조 소속 조합원들.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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