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공식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있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 구성원을 뽑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시・도 교육감도 선출한다. 17명의 교육감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실질적인 책임자들이고, 특히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인사권과 막대한 예산권을 휘두르고 학생들과 학부모들, 심지어 사교육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지방선거에서 유명 정치인들이 후보로 출마하는 시・도지사선거가 주목을 받을 뿐, 교육감 선거는 자칫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야 교육감 후보들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를 판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한 유력후보의 딸이 ‘자식 방기한 아버지, 교육감 자격 없어’라는 내용의 글을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올려 인터넷 검색창을 뜨겁게 했다. 그 후보는 곧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공작’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고, 딸은 다시 글과 인터뷰를 통해 반박했다. 그러자 다른 유력후보가 부녀 갈등을 싸잡아 ‘패륜’으로 비난하여 다시 논란을 불렀고, 딸의 행태와 비교하여 또 다른 유력후보의 아들의 호소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식이 아버지를 비판하는 드문 일이 벌어진데다, 그 유력후보가 아무리 무응답층이 절반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거의 독점해왔으니 응당 세인의 각별한 관심을 받을 만 했다. 논란이 증폭되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적어도 이제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의 신세는 면하게 됐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좋은 아버지’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좋은 아버지’가 ‘좋은 교육감’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대한 증폭된 관심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그것은 ‘깜깜이 선거’를 ‘정책선거’로 승화시켜야 한다.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들을 최소한 지방선관위가 집집마다 보낸 정책홍보물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고 후보들의 이력이 이를 실현할만한 자질과 의지를 가졌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주요언론매체를 뒤지거나 교육시민단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후보들에 대한 정책평가를 참고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이러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정책감상법에서 놓쳐서 안 될 점은 네 후보가 동일한 자격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한 후보는 현 교육감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적어도 그에 대해선 교육감으로서의 행적을 통해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다. 그는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교육감에 취임했는데, 당시의 선거공약과 지난 1년 반 동안의 실적을 비교하면 된다.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서울교육감시민선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 교육감이 지난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 가운데 제대로 지킨 것은 10%에 불과하다. 그의 공약 40개를 분석한 결과 24건이 이행되지 않았거나 역이행되었고, 특히 반부패분야의 공약은 아예 공수표에 불과했다. 그러기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3년 정부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현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꼴찌를 차지했다.
그래도 현 교육감을 새 교육감으로 그대로 선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어차피 주권자의 몫이니까. 하지만 다른 후보들을 선호한다면 이제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공약들은 펼쳐져 있기에 그 특징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이를테면 혁신학교, 자사고, 학교 주변 호텔 허용, 무상급식, 평교사교장공모제 등과 같은 핵심쟁점에 주목하면, 후보의 교육관을 쉽게 읽어낼 수가 있다. 그리고 공약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약의 이행 여부와 관련한 후보의 신뢰도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후보의 말보다는 그의 삶의 자세를 엿보아야 한다. ‘좋은 아버지’ 여부도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고, 고시 3관왕과 같은 뛰어난 이력이 과연 교육감의 자질을 따지는데 적절한 기준이 되는지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유권자는 선거 때만 자유롭다고 이미 누군가가 간파한 지가 2세기도 더 지났다. 특히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선거민주주의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발안이나 국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장치가 거의 부재한 우리에게 선거는 국민이 자기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그렇기에 이번 2014년 지방선거 역시 대선이나 총선 못지않게 국민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거니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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