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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업무추진비는 '묻지마' 쌈짓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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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업무추진비는 '묻지마' 쌈짓돈?

[지방의회돋보기]내역은 숨기면서 "잘 썼으니 믿어달라"고?

정보화 사회에서는 다른 일들처럼 의정활동도, 지역정치도 정보전이다. 누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가의 문제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게 된 요즘이다.
  
  정보를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를 속이기 쉽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에서 진행된 정부의 여론전이 대표적 사례다.
  
  과천시에 '업무추진비 공개소송' 진행 중
  
  시의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로부터 받는 정보들이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니다. 맥락상 중요한 부분은 교묘하게 생략되기 일쑤고, 제공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공된 자료가 많다. 더구나 정작 필요한 자료에 대해서는 "없다",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시의원에게 "모른다"고 거짓말을 할지언정 대놓고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료의 공개와 정보의 민주화가 그만큼이라도 진척됐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과천시에서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정보가 있다. 바로 '시장·부시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이다. 필자는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여러 차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및 증빙서류 등을 요청했지만 열람마저 거부당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자체인 과천시의 시장과 부시장이 쓰는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는 매년 1억2000만 원 정도다. 또 여러 과에 분산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시장·부시장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인 시책 업무추진비는 2억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몇 년 전 결산 감사위원을 지냈던 한 관계자도 유독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증빙자료를 받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아무도 볼 수 없는' 자료인 셈이다.
  
  시의 예산 중 시장의 재량권이 가장 높은 업무추진비는 시민들이 항상 관심을 갖게 되는 항목이다. 울산 북구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시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이 매일 공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자체에선 구체적인 사용내역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강원도, 대전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시민들의 업무추진비 공개요구가 제기됐고, 또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도 내려졌다. 과천시의 경우에도 작년 초 업무추진비 공개를 거부당한 한 시민의 소송에 의해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과천시청 별관 경리서고 앞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졌다. 과천시 측이 "자료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분류작업이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을 앞세워 담당 판사가 직접 방문조사를 진행하게 한 것이다.
  
  사건의 특성상 지역방송과 신문 등 언론도 한 시간 여에 걸친 현장검증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관심을 보여 주었다. 같은 시각 과천 지역 내 시민단체와 노조들은 "업무추진비가 시장의 쌈짓돈이냐"며 항의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잘못 없다면서 감추는 이유는 뭔가
  
  사업목적과 집행결과가 눈에 보이는 다른 예산에 비해 업무추진비는 가장 포괄적인 사용이 가능한 항목이다.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집행내역과 증빙서류는 감추면서 "잘 썼으니 믿어달라"는 식으로 에둘러 넘어갈 성질의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공개는 늦추고 있으니 의심만 더욱 커져 가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초 진행된 업무보고 특별위원회에서도 필자는 "잘못 사용한 게 없다면 뭘 그리 감출 게 있느냐"며 정보의 공개를 재차 요구했지만 과천시 측은 "판결대로 하겠다"는 판에 박힌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세금의 직접적인 쓰임새에 대한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투명한 행정은 투명한 정보공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기초적인 원칙을 과천시는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인가. 어쨌든 과천시는 긴장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다음 달 23일에 있을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돋보기'는 최근 필자를 확대·보강했다. 새로 필진으로 합류한 황순식 시의원은 2001년 서울대 자연과학부를 졸업하고 민주노동당 경기도지부 대의원을 거쳐 지난 해 5.31 지방선거에서 과천시 시의원으로 당선된 후 활발한 시정활동을 벌이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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