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전임자를 상대로 한 근로시간면제 한도(타임오프) 제도를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하자, 노동계가 "사용자 편향 한계를 드러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헌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4조 2·4·5항과 같은 법 시행령 11조가 "노동3권과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민주노총이 낸 헌법 소원에 대해 29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노조법 24조 2·4·5항은 노조 업무에만 종사하는 전임자에게 원칙적으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며, 이에 반발해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노조법 시행령 11조는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근심위)가 사업장의 전체 조합원 수에 따라 근로 면제 시간 한도와 급여가 지급되는 전임자 수의 한도를 정하도록 한다.
헌재는 이날 "노조 전임자에 대한 비용을 원칙적으로 노조 스스로 부담하도록 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입법적 조치를 통해 노사 분쟁을 미리 예방·해결할 수 있으므로 입법 목적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국제 기준에 따라 노사 자율로 정하는 것이 아닌 근심위가 정하도록 규정한 데 대해선 "우리 노사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이날 헌재의 결정이 "국제 기준에 위반하며 사용자 편향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해외에서의 타임오프는 본래 노조활동 시간의 하한선을 정해 노조 활동의 위축을 막으려는 취지이지만, 한국 정부는 거꾸로 상한선을 규제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로 악용해 왔다"며 "헌법 취지에 역행하는 악법으로 폐기를 논해야 마땅한데 헌재가 합헌을 결정해 매우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사관계는 사업장마다 매우 다양하다"며 "따라서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외하곤 일률적인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라고도 재확인했다.
한국노총은 또한 "이번 헌재 결정은 '법은 가진 자들의 것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준 것"이라며 "얼마 전 국제노총(ITUC)이 한국의 노동기본권 수준을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한 현실과 일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노동기구(ILO)는 1998년, 2002년, 2004년, 2009년 네 차례에 걸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고 권고했다"며 "헌재 재판관 중 노동 기본권에 대한 국제적 안목을 가진 이가 한 사람도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지난해 306개 산하 사업장 노조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면제 제도 도입과 노사관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타임오프 시행 후 노조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타임오프 도입 전 평균 3.8명이었던 유급 노조 전임자가 제도 도입 후 2.5명으로 34.2%로 감소한 반면, 파트타임 노조 전임자 숫자는 기존 1.0명에서 1.3명으로 30% 늘었다고 두 노총은 밝혔다.
아울러 '타임오프가 일상적인 노조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노조가 77.2%에 달했고 '교섭력을 약화하고 노사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도 66.7%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되는 타임오프제는 2010년 노조법 개정과 함께 시행됐다. 애초 1997년 3월 노조법 제정 때 전임자 임금 지급 급지 조항 등이 도입됐으나 노사 간 의견 차이로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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