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여권, 그 중에서도 친노그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조문사절로 파견된 한 전 총리가 외교경로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외교경로를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
3일 <동아일보>가 이같은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대체로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푸틴 후계자도 만난 '친노 주자' 한명숙
또한 한 전 총리는 친서 전달 후 러시아 외교부 주선으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과 심야에 만나 TSR와 TKR 연결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는 야쿠닌 사장은 유력한 러시아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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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시아 철도 연결 사업은 지난 2001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상황 변화와 양측의 북한 통과 노선 선정에 대한 이견으로 추진이 지연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제13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다음 달 17일로 합의됐고, 한국보다 러시아가 적극적인 만큼 사업 추진에 대한 걸림돌은 많이 제거됐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청와대 "특별한 일 아니다"
한편 청와대는 친서전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친서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인데 이번 친서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는 "TSR, TKR 사업은 양국 상호 관심 사안으로 조급하게 다루거나, 우리가 일방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사안이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옐친 전 대통령 장례식뿐 아니라 고위급 조문사절을 보내는 다른 경우에도 친서를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보내는 것이 외교적, 의전적으로 더러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방러쉬' 펼치는 친노 주자들
한 전 총리뿐 아니라 다른 친노주자들도 '북방러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열린우리당 동북아위원장 자격으로 방북하고 돌아온 이해찬 전 총리는 곧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을 면담하고 6월 러시아 방문도 추진 중이다.
또한 김혁규 의원은 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 단장 자격으로 이날 방북했다. 김종률, 김태년, 이광재, 이화영 의원 및 일부 경제인과 동행한 김 의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승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물론 청와대는 이들의 행보에 대해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도 아닌 일개 정당의 의원 단독으로 이같은 행사를 기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모습에 대해 친노 직계인 우리당 김형주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세 분(한명숙, 이해찬, 김혁규)'에게 적절히 '북한 이슈'를 활용할 기회를 나눠 주는 듯한 느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부쩍 '원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적 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범 여권 친노 주자들의 이같은 실적 쌓기가 세력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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