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농약 급식' 논란의 불똥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교육청으로 튀었다. '농약 급식' 논란은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6일 밤 TV토론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 대해 "서울시가 자랑한 친환경무상급식 식재료에서 잔류 농약이 있었다는 감사원 발표가 있었다"며 "학생들이 비싼 돈을 주고 농약을 먹은 셈이니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편 데서 시작했다.
당시 박 후보는 "학생들에게 농약이 검출된 식재료는 공급된 적이 없다"며 "문제가 된 식재료는 미리 발견해 모두 없앴다. 오히려 서울시가 칭찬받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27일 이 논란은 여야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물론이고, 서울시교육감 선거 캠프까지 부산하게 만들었다.
'농약 급식' 의혹, 감사원 감사보고서 확인해보니…
정 후보가 '농약 급식'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감사원의 '유해, 부정식품 납품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점검 결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서 2011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서울특별시 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서울시유통센터)를 거쳐 학교에 납품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잔류 농약 분석을 실시해 생산자 10명이 납품한 일반 농산물에서 허용 기준 이상의 잔류 농약이 검출되었으나 센터에는 위와 같은 조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납품받은 식자재들을 2단계에 걸쳐 전수조사를 한다. 1단계는 친환경 유통센터에서 하고, 2단계로는 그 중 문제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조사한다. 이 1,2단계 검사과정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면 해당 농산물은 전량 다 폐기되기 때문에 잔류 농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식탁에 오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작 감사 보고서가 지적한 핵심은 학생들이 직접 '농약 급식'을 먹었느냐 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감사원은 농약 검출 식자재를 납품한 농가를 적발해놓고, 농림부가 서울시유통센터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점'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한번 불량 식자재를 납품한 업자에게 또 다시 식자재를 납품하게 한 부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있다.
박 후보에 대한 정 후보의 공세에 결국 농림부가 나서서 해명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농림부는 정 후보가 '농약 급식' 의혹을 최초 제기한 후인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에 납품되는 농산물에 대해 기준치 이상의 잔류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생산자에게만 알려 해당재료가 학교에 공급되도록 사실상 방치하였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농림부는 "농관원의 학교급식에 대한 안전성 조사는 학교급식법 제19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 9조에 따라 교육부(교육청)에서 의뢰하는 경우 실시하고 있으며, 의뢰 식재료에 대해 분석결과, 부적합 농가에 대해서는 2012년 6월~7월 교육청과 학교에 통보 조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 법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직 서울시교육감의 '셀프 폭로'로 번진 정몽준의 '한방'?
농림부의 해명으로 불똥은 서울시교육청에 튀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농림부의 통보를 받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직 교육감은 '부인하기' 대신 '인정하기'를 택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적으로 농약이 검출된 식자재가 아이들에게 공급된 적이 있다"고 스스로 폭로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조리에 들어간 (학교 급식 식재료)에서 샘플검사를 통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잔류농약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셀프 폭로'인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직 서울시장인 박 후보 비판으로 이어졌다.
문 후보는 "잔류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을 공급한 업체를 (서울시에서) 제재해 달라고 했지만 납품이 계속됐다"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시스템)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시유통센터를 통해 공급된 식재료 뿐만은 아니었다. 문 후보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유통센터 대신 선택했던 eaT시스템을 통해 유통된 식재료에서도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했다.
진보 진영 단일후보를 표방한 조희연 후보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학교급식의 1차적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니라 교육감"이라며 "급식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면 그 일차적인 책임은 문용린 현 교육감에게 있지 서울시장에게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이어 "문 후보는 식재료 구매 방법을 기존의 '서울시유통센터'를 활용하는 대신 학교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매우 무책임한 규제 완화"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가 제기한 '농약 급식' 논란이 서울시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허술한 식자재 관리 시스템, 그리고 보수 교육감이 맡았던 서울시교육 행정에 대한 '자기 비판'으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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