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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불안' 지하철, 사고 부르는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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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안불안' 지하철, 사고 부르는 '외주화'

[박점규의 동행]<31> 전국 7개 지하철 노동자 4분의 1이 간접고용

서울메트로 2호선 승무원 황철우(44) 씨는 5월 2일 상왕십리역에서 벌어진 지하철 추돌사고를 떠올릴 때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만약 후속 열차의 기관사가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평소 승강장에 진입할 때처럼 시속 60킬로미터의 속도로 앞 열차를 받았다면 자동차 추돌 사고처럼 앞 열차가 1500볼트의 직류가 흐르는 공중으로 떠올랐을 수도 있습니다. 4~5초만 늦었다면 지하철이 탈선되거나 전복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후속 열차의 기관사는 그와 입사 동기입니다. 신호기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몰랐던 기관사는 앞차를 발견하고, 온몸을 다해 비상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그보다 더 압력이 높은 보완제동장치까지 작동시켰습니다. 다행히 열차의 속도는 시속 15킬로미터로 줄었고 대형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기관사는 충돌 순간까지도 오른손으로 브레이크를 잡고 있었습니다. 어깨가 탈골됐고, 뼈에 금이 가고 근육에도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관제 센터에 연락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킨 후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지하철 사고 이후 안전 요원이 상황을 점검하는 것을 반대편 지하철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서울메트로 기관사가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면?

사고 원인은 신호기 고장과 스크린도어(안전문)의 이상 때문이었습니다. 상왕십리역에 열차가 정차한 경우 정상 상태라면 터널 구간에 있는 신호기 3개가 후속 열차 기준으로 '주의·정지·정지' 순으로 표시돼야 하지만 '진행·진행·정지' 순으로 표시됐습니다.

신호기가 '진행' 상태여서 열차자동정지장치(ATS)가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사는 정상적으로 운행하다 앞 열차를 발견하고 긴급하게 수동 정지 장치를 가동해 열차의 속도를 줄였지만 추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앞 열차는 상왕십리역 스크린도어 이상으로 출입문을 세 차례나 여닫느라 출발하지 못하다가 막 출발한 상황이었습니다.

생명과 안전에 중차대한 신호 시스템을 설치 유지하는 일은 서울메트로가 아니라 민간업체로 외주화된 업무였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민간 업체에 외주화하고 있었습니다.

추돌사고를 유발한 열차는 올해로 제작된 지 25년째로 사용 내구 연한을 꽉 채운 낡은 열차였습니다. 24년 된 열차는 출입문에 문제가 생겨 멈춰서 있었고, 25년 된 열차가 뒤에서 들이받은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내구 연한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철도안전법 37조는 "철도 운영자 등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내구 연한을 초과한 철도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는 규정과 '철도차량 내구 연한은 고속철도 30년, 일반철도 25년'으로 정한 규칙을 없앴습니다. 폐차 직전의 차량들이 바뀐 법에 따라 운행하다가 사고가 난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광역철도차량 6024대 가운데 881대(14.6%)가 20년 이상 된 노후차량입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전체 1954대 가운데 23.8%인 466대가 20년 이상이었습니다. 4대 중 1대 가까이가 폐기 직전의 낡은 차량인 셈입니다.

추돌사고를 낸 사고열차와 같이 내구 연한이 25년째인 차량이 서울지하철 1~2호선에 142량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선령의 연한을 30년으로 늘려 세월호 몰살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열차의 내구 연한 규정을 삭제해 대형 참사의 길을 터 준 것입니다.

이명박, 철도 연령 규제 삭제하고 폐차 직전 열차 운행

황철우 씨가 서울지하철에 처음 입사한 1993년에는 공사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승무, 역무, 정비 등 서울지하철의 모든 업무가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된 업무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효율성과 경쟁력이라는 명분으로 업무가 하나둘씩 외주화하면서 비정규직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 발매기와 교통카드를 이유로 역무원들을 대폭 줄였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대통령 시절 외주 용역화가 급격히 진행됐습니다.

급기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이윤과 효율을 목적으로 개통 초기부터 1인 승무를 도입하거나 차량 정비 등을 외주, 용역화했습니다.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4 지방정부와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3223명 일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 중 서울메트로의 간접고용 업무는 전동차 경정비, 모타카 및 철도장비 취급, 승강장 스크린 도어(PSD·Platform Screen Door) 유지 보수 등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들이 상당 부분 외주화되어 있습니다.

<서울메트로 간접고용 현황> (단위 : 명) (출처 : 2014 지방정부와 일자리 보고서)

소속

구분

주요업무

2010

2011

2012

2013

2014. 4(현재)

용역

PSD유지보수

13

125

125

125

125

용역

전동차

경정비

107

107

140

140

140

용역

모타카 및

철도장비

87

87

87

87

140

용역

구내운전

78

78

78

78

78

용역

유실물센터

-

-

85

85

85

용역

청소

1530

1518

1464

463

463

용역

시설

133

133

123

123

123

용역

경비

47

47

55

55

55

합계

4005

4106

4169

3169

3223

간접고용 비율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것은 청소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 1000여 명을 자회사의 직접고용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안전과 밀접한 유지보수, 경정비, 철도장비 등의 업무는 2010년 285명에서 2014년 4월 현재 483명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전국의 다른 지하철공사는 더욱 심각합니다. 전국 7개 지하철공사의 인력 현황을 보면 정규직이 71.5%인 2만3516명이고, 간접고용이 25.2%인 8293명입니다. 4명 중 1명은 간접고용인 노동자입니다.

특히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정규직 노동자 547명으로 60.4%에 지나지 않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349명으로 38.6%에 달했습니다. 전국 7개 지하철공사는 청소, 시설물 유지관리를 넘어 방호, 역무운영, 전동차정비, 구내운전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까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맡기고 있었습니다.


<지하철공사 고용현황 >(2014. 4. 기준, 단위: 명, %)

(출처 : 2014 지방정부와 일자리 보고서)

기관명

정규직

무기계약직

기간제

간접고용

소계

서울메트로

9020

72.8

144

1.2

8

0.1

3223

26.0

1만2395

100.0

서울도시철도공사

6488

73.6

149

1.7

20

0.2

2154

24.4

8811

100.0

부산교통공사

3753

71.2

57

1.1

40

0.8

1423

27.0

5273

100.0

대구도시철도공사

1998

73.5

-

 

1

0.0

718

26.4

2717

100.0

인천교통공사

1143

54.8

365

17.5

296

14.2

281

13.5

2085

100.0

광주도시철도공사

547

60.4

-

 

9

1.0

349

38.6

905

100.0

대전도시철도공사

567

79.5

1

0.1

-

 

145

20.3

713

100.0

2만3516

71.5

716

2.2

374

1.1

8293

25.2

3만2899

100.0

6.4 지방선거가 한참입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임기 중 1조 원을 투입해 전동차와 각종 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관제실 상황판을 모두 자동경보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022년까지 8775억 원을 들여 호선 별로 노후 전동차를 바꾸고 호선 별로 분리된 관제센터를 통합해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월호 승객 304명의 고귀한 영혼이 수장되고 나서야 효율과 경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에 황철우 씨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낡은 전동차를 바꾸고 자동경보 시스템과 관제센터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에서 보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생명과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언제 쫓겨날지 몰라 고용 불안에 떤다면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훈련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역무 인원을 충분히 고용해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1인 승무 제도는 전면 철회되어야 합니다.

황철우 씨는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전국의 시도지사 후보들에게 묻습니다.

귀 후보는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의 원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귀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를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귀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 외주화, 민영화, 비정규직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관련 기사 : 2호선 지하철 사고,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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