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원칙을 지켜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 정무팀은 30일 청와대브리핑에 이같은 글을 게재해 "국민을 믿고 긴 호흡으로 정치해야 국민이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정무팀은 특별한 대상을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은 좀처럼 상승의 모멘텀을 붙잡고 있지 못하는 기존 주자들, 그리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불출마 선언 등 으로 지리멸렬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 여권을 향한 '충고'로 해석된다.
구 여권의 지리멸렬과 달리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탈당 이후 한미FTA협상 타결, 개헌발의 철회 등으로 인해 보수진영과 '신 밀월관계'를 형성하며 최근 30% 대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구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제 살길만 찾는 정치인들에게 박수 보내지 않을 것"
먼저 청와대 정무팀은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안희정 씨의 이날자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 "의미 있는 지적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가 안 씨의 인터뷰 기사 제목을 '정치적 신념과 원칙 지키다 정권 교체돼도 할 수 없어'라고 붙인 데 대해 정무팀은 "마치 원칙만 지키면 결과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들린다"며 "이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안 (참여정부 평가포럼 집행위원회) 위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원칙을 지켜야 하고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는 진의가 거꾸로 전달됐다고 한다"고 대신 해명했다.
정무팀은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칙과 신념,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강력한 지역기반도 없고, 돈도 없고, 원내에 지지그룹이 미약한데도 불구하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원칙과 신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무팀은 "현재 우리 정치권이 사소한 흐름에도 과도하게 요동을 치는 것은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며 "당장 불리하다고 살길을 찾아 당을 뛰쳐나가거나, 민주주의 규칙을 안 지키거나, 소신에 따라 자신을 던지는 일을 주저하며 계산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무팀은 지난 달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도 같은 논리로 손 전 지사를 비판했었다.
정무팀은 "원칙을 지켜야 국민이 알아주고, 국민이 알아줘야 현실 정치에서도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원칙 뒷받침할 정치적 세력' 강조
정무팀은 4.25 재보선 직후인 지난 26일에도 '원칙'을 강조했었다. 당시 정무팀은 "일부 지역의 일부 투표 결과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정치권을 요동치게 하는데 이런 식의 상투적 논평과 해설은 정치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통합의 주도권을 마련했다'는 해석은 견강부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민중심당의 의석확보로 인한 서부벨트 부활을 우려했던 것이다.
정무팀이 '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최근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청와대브리핑 글 등을 통해 '원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치적 세력'의 중요성을 연이어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친노세력은 총집결해서 '참여정부평가포럼'이라는 단체까지 결성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치적 세력이 부족해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한 원론적 이야기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임기 말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가 있을 수도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천 대변인은 "가정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만 답했다.
"강재섭 책임론 이해하기 힘들다"
한편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재보궐 선거 결과로 저렇게 시끄러운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재섭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간 수 차례의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각종 책임론에 시달려 왔지만 '재보선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청와대로서는 강 대표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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