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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반값등록금, 대학 졸업생 존경심 훼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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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반값등록금, 대학 졸업생 존경심 훼손" 논란

박원순·야당 총공세, 시민단체·대학교수들도 비판…鄭측 "발언 거두절미해 왜곡"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대학 졸업생에 대한 존경심을 훼손시킨다"는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쟁 후보 측은 물론 야권 제 정당과 시민단체까지 비판에 나섰다. 정 후보는 사립대학교인 울산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21일 논평에서 "정 후보는 반값 등록금에 대한 무지·폄훼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에게 즉각 사죄하라"면서 "정 후보의 무지와 편견에 찬 시각대로라면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유럽 많은 나라 대학생들은 사회에서 '거지' 취급을 받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정 후보는 전날 숙명여대에서 열린 서울지역 대학언론인연합회 주최 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며 "학생들은 부담이 줄어드니 좋아하겠지만, 대학이 최고의 지성이라는데 '반값'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 후보는 그러면서 "서울시립대 교수를 만나보니 대학 재정도 나빠졌고 교수들도 연구비와 월급이 깎여 좋아하지 않더라"며 "등록금보다는 기숙사 문제를 해결해주고 장학금을 더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는 박원순 시장 시절 등록금을 반액으로 인하한 학교다. 

정 후보의 반값 등록금 관련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마찬가지로,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액수를 직접 줄이지는 않고 단지 장학금 지원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의 공약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 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이라는 내용이어서 '무늬만 반값'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참여연대는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대학 교육이라는 가치를 아주 단순하게 돈으로 환산해, 등록금이 비싸야 가치가 높고, 등록금이 비싸지 않으면 가치가 낮다는 실로 무지하고 천박한 시각을 보여준다"고 맹비난하면서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책임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 후보의 논리라면 등록금이 오르면 대학의 사회적 인식이 오르고 대학생들에 대한 존경심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그 논리대로라면 일반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저렴한 서울대 학생들은 일반 사립대 학생들보다 사회적 인식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무상 교육인 카이스트나 육군 사관학교, 경찰대학은 일반 사립대보다 사회적 인식이 떨어진다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당사자인 대학교수들도 반발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 후보의 기준으로는 '미개국'인 나라, 대학등록금 70만 원도 비싸다며 완전 폐지한 독일"이라며 "또다른 '미개국' 프랑스의 대학등록금은 25만 원 정도"라고 했다. 같은 대한 한인섭 교수도 "등록금 마련하러 휴학·알바·입대하는 대학생과 부모의 어려움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미개한 감수성"이라고 비판했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대학이라는 게 서민들에게는 허리가 휘는 등록금의 문제라면, 정 후보에게는 구×나 에르×× 같은 명품 브랜드로 여겨지는 것"이라며 "피차 외계인"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전, 정치권도 열띤 논박

정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측은 잇달아 논평을 내어 비판했다. 박 시장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참으로 절망스러운 인식"이라며 "현대가(家)의 재벌 2세로서 최상류 특권층의 인생을 살아왔다고 하지만, 값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허리가 휘고 등골이 빠질 지경인 대다수 서민들의 아픔을 이다지도 모를 수가 있는가"라고 공박했다. 

진 대변인은 특히 정 후보가 '장학금을 더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한 데 대해 "그러나 정 후보가 이사장을 맡았던 울산대학교의 장학금 지급 수준은 초라하기 그지없다"며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사립대 장학금 현황 자료를 보면 울산대는 교내 장학금 비율에서 전국 151개 대학 중 72위, 총 장학금 비율에서는 88위"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또 같은날 오후 최유진 청년대변인과 대학생 자식을 둔 자원봉사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원봉사자 차현재 씨는 "명예를 돈으로만 잣대를 대시기 때문에 서민으로서 마음이 아프고 자괴감이 든다"며 "조금이라도 서민이나 국민들을 생각하신다면 깊이 생각을 하고 나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 발언의 후폭풍은 여의도까지 밀려왔다. 박 후보의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은 당 대변인 논평과 당 청년위원회 성명서를 내고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박광온 대변인은 "정 후보의 망언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모르는 '귀족시장', '재벌시장'은 재앙"이라고 했고, 청년위원회는 "등록금 대출로 취업도 하기 전에 빚부터 짊어진 대학생들과 학부모들,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값등록금과 사회적 존경심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버스비 70원 발언'이 버스업계 종사자와 버스를 타고 다니는 국민들에 대한 존경심이 없이 나온 말인 줄은 알겠지만…"이라고 비꼬았다. 

제3야당인 정의당도 적극 반응했다. 정의당 김종민 선대위 대변인은 " 낮은 인식 수준에 논평의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며 "정 후보는 '서민 코스프레'를 당장 그만두고, 가장 잘 어울리는 재벌로 살기를 바란다"고 독설을 날렸고, 정의당 청년위원회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과 좋은 학벌이 필요하니, 비싼 등록금을 내서라도 대학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우리나라 등록금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며 "단순히 장학금을 늘려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고 성토했다. 

정 후보 측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캠프 대변인 논평을 내어 '발언이 거두절미돼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이수희 대변인은 "정 후보의 반값 등록금 발언은 반값 등록금의 본래 취지에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서 한 발언"이라며 "의도적으로 거두절미해, 정 후보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정 후보는 최근까지 울산대 이사장으로 31년간 재직하면서 다른 대학에 비해 상당히 낮은 등록금, 울산에 집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 그리고 장학금 혜택 확대까지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펴왔다"고 주장하면서 "어제 정 후보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그 동안의 울산대 학사정책과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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