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밤 문득 쓸쓸해졌습니다. 다음 날은 스승의 날인데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스승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지요. 새삼 왜 그랬을까요? 스승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 만난 '어른'들이 별 볼일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누군가의 경험을 경청하고 그것을 삶에서 반영할 수 있을 만한 관계를 만들지 못한 데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반대의 경우, 즉 나에겐 제자가 있다고 자신하고 그 존재 앞에서 말 한 마디, 보이는 모습에까지 책임감을 지는 사람들도 점점 드문 경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는 교사들, 아니 어른들 모두에게 더 큰 짐을 안겼습니다. 성장에 대한 조급증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구조와 무사유의 만연, 그 모든 것이 우리가 만든 세상이었고 거기서 '스승'을 자처할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는 겁니다.
배움 불가능의 시대, 스승을 만들거나 스승이 되게 하기를 거부하게 만드는 현실. 비록 어둡지만 여기 빛을 향한 작은 실이 되어 줄 이야기들이 조금 있습니다. 내가 무엇으로부터 배웠다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힘들지만 가르침의 현장을 지켜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 지난 스승의 날, 스승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각자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프레시안 books'가 그간 실어왔던 글 중 몇 가지를 추려 전합니다.
(2) 엄기호가 말하는 "조언과 충고의 네트워크"
(4) 그 선생님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기적
(5) 가르치는 사람, 스승, '꼰대' 소크라테스?
(6) 좋은 교사되기의 어려움,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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