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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난 세월호 유족들 "얻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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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난 세월호 유족들 "얻은 게 없다"

청와대, 유족들을 대국민 담화 '들러리' 삼으려 했나?

"상당히 예의에 어긋났다."
"앞으로 변호사를 배제하는 행동은 조심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보겠다."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측은 "얻어가는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유족들의 핵심적인 요청 사항을 박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유족들과의 면담을 잡는 무례를 범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은 16일 김병권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 등 대표단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다음 조만간 나올 대국민담화에 앞서 유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막상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박 대통령을 만난 뒤 유족들은 "아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면담이 이뤄진 경위가 "예의에 어긋났다"고 유족 측은 판단했다. 이날 면담은 15일 밤 청와대 측의 연락으로 이뤄졌다. 형식은 비공개를 요청했다. 유족들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기 때문에 유가족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유족측은 당초 "날짜를 다시 잡자"고 했으나, "이날 3시에 해야 한다면 언론에 미리 알리고, 면담 후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이 과정에서 대한변협의 변호사의 조언을 요청하겠다"고 수정했다. 면담이 시작되기 약 1시간 30분 전인 이날 오후 2시경 박 대통령의 유족 면담이 언론에 긴급하게 보도된 건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결국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는 유가족 17명이 참석하게 됐지만, 청와대는 변호사 참석 요청은 수용하지 않았다.

유경근 유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갑작스레 연락이 와서 면담할 때 많은 생각과 기대감이 있었다"며 "오늘 만나면 이번 참사의 해결책, 대안의 구체적인 방안의 일부나마 듣고 위로를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유 대변인은 "면담에서 유족들은 가족들이 느꼈던 체험과 경험, 소회들을 자유롭게 털어놨다"고 했다. 이를 들은 박 대통령은 "대체로 수긍하고 가족들이 내놓은 안을 검토하고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날 대한변협과 협약을 체결하며 발표한 성명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성명의 골자는 정부 주도가 아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진상조사 기구가 사고의 진상을 규명토록 하는 특별법 제정이다.

유가족들은 특별법의 수용 여부를 질문했으나, 박 대통령은 "특별법의 포괄적 의미에 공감하고 필요하게 느낀다"면서도 "법은 국회에서 만들기 때문에 의원들이 토론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또한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 방식에 대해 박 대통령은 "과연 그런 방식이 효과적일까요"라며 "현재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박 대통령이 내놓을 대국민 담화의 일부 내용을 먼저 얘기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그건 지켜봐 달라. 여기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거절했다.

유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대체로) 구체적인 내용보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는 것이었다"며 "수사적이고 추상적으로 일관됐다. 얻어가는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유 대변인은 거듭 "아쉬움이 많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내용이었다"고 했다.

변호사 참석이 배제 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족들과 함께 기자회견 자리에 선 박종운 변호사(대한변협 소속)는 "협약을 체결한 첫 날 변호사가 배제됐다"며 "변호사가 옆에 있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 지난 9일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세월호 유가족들 ⓒ프레시안(최형락)


朴대통령 "국가 대개조 하겠다"

한편 유족들과의 면담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마음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실 텐데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고 국가 대개조라는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에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고 안전 시스템부터 공직사회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현장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신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느꼈던 문제점과 바로잡아야 되겠다 하는 것들은 의견을 주면 꼭 바로잡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가족을 잃은 슬픔도 어려울 텐데 생계 문제로 고통을 받으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며 "그런 문제도 어려움이 있으면 말씀해주면 정부가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보도국장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던 세월호 유족들의 직접 면담 대신 박준우 정무, 이정현 홍보수석들을 만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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