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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119…세월호 침몰 당시 '높으신 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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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119…세월호 침몰 당시 '높으신 분' 챙겼다

"구조 먼저"에 "바쁜 줄 알지만 중앙정부가 오는 건 안 중요하냐"

세월호 침몰이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안전행정부 소관 119상황실이 생존자 구조보다 이른바 '높으신 분들'의 의전에 더 신경쓴 것으로 나타났다. 119상황실은 소방방재청 소속이고, 소방방재청은 안전행정부 직속 외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현안 보고에서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사이에 있었던 119 상황실과 해경 상황실 간의 통화 내용 녹취록을 공개했다.

"구조가 우선"이라는 해경의 다급한 대꾸에 119상황실 측에서 "아니요. 지금 해경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희 헬기가 전국에서 11대 정도 동원 됐고 구급차 열 몇대가 동원됐고 인근에서 헬기에 급유할 유조차들 등 모든 인력장비, 소방과 통보된 모든 유관기관들도 팽목항 그쪽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씀하면 안되죠"라고 대꾸하는 상황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프레시안(손문상)

"중앙정부 오는데 구조자 섬에 데려가면…팽목항에서 붕 뜬다"

녹취록에 따르면 10시 34분에서 10시 36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목포 해경 상황실이 "지금 한 명이라도 구조해야 되니까"라며 "지금 바빠서 끊"겠다고 하자, 119 상황실은 "여보세요. 그거는 아는데요. 보건 복지부랑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가잖아요.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말했다.

목포 해경 상황실에서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 우린 한사람이라도 구조 하는게 우선 아닙니까"라고 답하자, 119상황실은 "그건 그런다 치고요. 그럼 서거차도로 가십니까. 저희도 그쪽으로 말을 해줘야 하니까 그래요"라고 대꾸했다.

오전 10시 39분에서 10시 41분 간 이뤄진 119상황실과 서해지방경찰청 간 통화에서 119상황실은 "지금 환자를 어디로 이송을 하시죠? 지금 보건복지부쪽에서 팽목항으로 의사등 인력 집결중인데 지금 모든 환자를 서거차도로 보내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해경 측이 "잠깐만요 (한참동안 내부의논) 지금 죄송합니다만 어느 병원으로 갈건지까지는 저희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자 119상황실은 "아니 그게 아니고 보건복지부 말로는 사람들이 나오면 병원 갈사람은 병원에 보내고 안갈 사람은 처치하고 그런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많은 인원이 못가기 때문에 어쨌든 구급차로 이송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해경 측은 "지금 사람을 구조하는게 급선무이고 지금 배는 침몰했어요. 구조하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 놓고 구조하러 가야하니까 일단 나중에 전화하면 안될까요"라고 답한다.

오전 10시 45분에서 10시 49분 사이 119상황실과 서해지방경찰청 간 통화 내용에 따르면, 해경 측이 "그건 나중에…. 인명구조가 우선이니까 그건 나중에 나중 일이구요 지금 많이 바쁘니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119상황실은 "아니요 물론 바쁜 줄 알지만 저희 헬기라든지 구급차, 유조차등 전부 팽목항에 집결하고 있어요 또 중앙 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다 붕 뜨게 된단 말이예요"라고 재차 '의전'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119상황실은 "모든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라든지 모든 내려오시는 분들이 모두 다 팽목항으로 되어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환자를 싣고 어디로 나올 것이며 방법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예요"라고 재차 말했다. 구조해야 할 시간에 구조자를 서거차도로 데려가지 말고 '높으신 분들'이 모인 팽목항으로 데려오라는 것이다.

다음은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이다.

<해경-119상황실 녹취록>

① 10:34:58~10:36:30 (119상황실 → 목포 해경) 팀장

119 : 지금 환자나 ,헬기등 모든 것을 팽목항에 집결하는가요?
해경 : 아니 지금 한명이라도 구조해야 되니까 서거차도로 무조건 나르고 있음
119 : 서거차도로요? / 119 : 섬이라서 그래요 /
해경 : 지금 이렇게..한다니까요(끊으려고함) 지금 바빠서 끊..
119 : 아 잠깐만요 우리 팀장님 좀 바꿔드릴께요. 그 관계가 있어요
119 : 여보세요. 그거는 아는데요. 보건 복지부랑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가잖아요.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
해경 :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 우린 한사람이라도 구조 하는게 우선 아닙니까
119 : 그건 그런다 치고요. 그럼 서거차도로 가십니까. 저희도 그쪽으로 말을 해줘야 하니까 그래요
해경 : 예 저희는 일단은 구조해서 서거차도로 이송시키고 있습니다
 
② 10:39:09~10:41:01 (119 → 서해지방경찰청) 실장

119 : 지금 환자를 어디로 이송을 하시죠? 지금 보건복지부쪽에서 팽목항으로 의사등 인력 집결중인데 지금 모든 환자를 서거차도로 보내고 있나요?
해경 : 잠깐만요 .. (한참동안 내부의논) 지금 죄송합니다만 어느 병원으로 갈건지 까지는 저희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119 : 아니 그게 아니고 보건복지부 말로는 사람들이 나오면 병원 갈사람은 병원에 보내고 안갈 사람은 처치하고 그런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많은 인원이 못가기 때문에 어쨌든 구급차로 이송해야 하지 않습니까
해경 : 지금 사람을 구조하는게 급선무이고 지금 배는 침몰했어요. 구조하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 놓고 구조하러 가야하니까 일단 나중에 전화하면 안될까요
 
③ 10:45:32~10:49:55 (119 → 서해지방경찰청)

* 400명 구조가 안된 상황 파악 후 계속 이어지는 통화내용
119 : 지금 현재 79명 무조건 서거차도로 뺴더라고요 구조자들을요. 그럼 서거차도에서 다시 이송할 방법은 어떻게 하나요
해경 : 그건 나중에.. 인명구조가 우선이니까 그건 나중에 나중 일이구요 지금 많이 바쁘니깐 죄송합니다
119 : 아니요 물론 바쁜 줄 알지만 저희 헬기라든지 구급차, 유조차등 전부 팽목항에 집결하고 있어요 또 중앙 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다 붕 뜨게 된단말이예요. (중략)
119 : 모든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라든지 모든 내려오시는 분들이 모두 다 팽목항으로 되어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환자를 싣고 어디로 나올 것이며 방법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예요.
해경 : 그 저는 조금 있다 구조하고 나서 인것 같고요 그러면 일단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다고 구조세력에 통보하겠습니다.
 
④ 10:50:31~10:53:03 (119 상황실 → 목포 해경 )

119 : 지금 서거차도 요구조자를 전부 다 옮기고 있죠. 거차도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나올 예정인가요 ?
해경 : 일단 그 구조가 우선이지 어떻게 바로 나온답니까?
119 : 아니요. 지금 해경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희 헬기가 전국에서 11대 정도 동원 됐고 구급차 열몇대가 동원됐고 인근에서 헬기에 급유할 유조차들 등 모든 인력장비, 소방과 통보된 모든 유관기관들도 팽목항 그쪽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씀하면 안되죠
해경 : 일단 인원이 많다 보니까
119 : 예 구조가 중요한지 아는데 요구조자를 육지로 옮기는 것도 중요 하잖습니까. (중략)
해경 : 그 부분은 그렇게 하신다면 일단은 구조해놓고 무조건 한사람이라도 바다에 있는 분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119 : (중략) 중앙부처에서 전부다 팽목항으로 집결중인데 서거차도에 그대로 있으면 다 발목이 묶인 상태가 되지 않습니까?
119 : 서거차도에 감독자라든지 관리하는 해경직원이 계신가요? 전화번호 몇 번인가요?

친박 실세 서청원 "장관, 지금 당장 사표 쓰라"

여당 의원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안전행정부가 9시 31분에야 청와대에 '문자'로 보고한 사실을 꼬집으며 "사고가 나면 안전행정부에서 제일 먼저 청와대에 보고하는데 한 시간이 걸리고, 구조에 이상 없다고 보고하고. 승선 인원이 몇 명인지, 실종자가 몇 명인지, 사망자 몇 명인지도 매 시간마다 다르고,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국민 안전 포기한 안행부, 이름 바꿔"라고 반말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황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약속한다고 그렇게 이름을 바꿨는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장관 청문회 하면서 조직법도 바꿔주고 했는데 이러느냐.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집권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금 더 속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친박 실세'인 서청원 의원은 "개인적 생각인데, 장관은 사태 수습 능력과 그와 관련된 사고능력이 하나도 없다. 장관은 지금 당장 사표를 내라"라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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