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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고 유한숙 씨 "송전탑 때문에 음독" 녹취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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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고 유한숙 씨 "송전탑 때문에 음독" 녹취록 공개

경찰, '송전탑 반대 자살', '복합적 자살'로 왜곡 발표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유한숙 씨에 대해 경찰이 "(음독 이유는) 송전탑 때문"이라는 고인의 진술을 확보해놓고도, 개인적인 문제를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로 자살한 것처럼 축소, 왜곡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12월 경찰이 부산대학교병원에서 고 유한숙 씨와 대화한 녹취록을 최초로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담당 형사와 유 씨의 딸이 왜 음독을 시도했느냐고 묻자 고인은 "송전탑 때문에 그래"라고 말했다. 형사가 "예?"라고 되묻자, 유 씨는 "그게 송전탑 때문에 내가 돼지도 못 먹인다"며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송전탑…"이라고 거듭 말한다.

현장에 동석했던 유가족들은 "이 진술이 녹음될 당시 담당 형사는 고인이 '송전탑 때문'이라고 진술하자 황급하게 질문을 돌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녹취록에서도 '송전탑 때문'이라고 유 씨가 재차 대답하자, 담당 형사는 "오늘 뭐 (사모님하고) 싸우신 일"이 있는지 물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음독 이유를 고인의 사생활로 덮고자 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앞서 밀양경찰서는 지난해 12월 7일 고인의 사망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인의 처가 고인이 송전탑 반대 집회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고, 고인이 돼짓값이 하락해 고민을 많이 해왔다"며 "고인의 음독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고인의 사망이 지역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경찰은 고인이 죽음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하신 말씀까지 왜곡했다"며 "더 큰 문제는 경남지방경찰청이 녹취록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고인의 사인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유족은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는 고인의 진술 녹취록을 공개하자는 데 동의했지만,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20일 '개인 정보, 사생활 침해'를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밀양경찰서가 유 씨의 사망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필요하다면 유족 동의하에 음독 직후 가족이 진술한 녹음 자료 공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밀양경찰서와 경남지방경찰청이 송전탑에 반대한 밀양 지역 주민들의 자살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월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숨진 고(故) 이치우 씨에 대해 경찰은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발표했다가, 이후 밀양서장이 직접 "분신자살"로 정정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장 의원은 "경남청과 밀양서는 담당 수사관 징계를 통해 왜곡된 수사 결과를 바로잡고, 유족들에게 즉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고인은 복합적 요인으로 자살했고, 개인적인 요인으로 자살했다고는 발표 안 했으므로 왜곡,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며 "가족 진술 공개를 검토한다고 했지, 유한숙 씨 본인의 녹취록을 공개한다고는 처음부터 말 안 했으므로 (두 처사가) 배치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녹음된 녹취록 일부다. 
  
형사 : 왜 그리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까?
故 유한숙 : 하~ (한숨 소리)
형사 : 어르신! 오늘 뭐, 뭐 사모님하고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까? 근데 왜
故 유한숙 : (기침)
유한숙의 딸 : 그냥 기분이 며칠째 안 좋으셨대요. 그냥. 기분이 별로 며칠째 안 좋으셨다 하더라고요
형사 : 아~ 며칠째
유한숙의 딸 : 예
형사 : 며칠째
유한숙의 딸 : 좀 짜증도 내셨다가 화도 내셨다가 이러시다가 그냥 그렇게 알고...
형사 : 아니 뭐 평상시에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었는가예?
딸 : 그냥 기분 잘 나빠하세요. 나쁘고...하시는데
형사 : 예. 지금 말씀하시는 분은 어떻게, 관계가 어예 됩니까? 아 딸입니까? 오늘 그러면 뭐 아버님이 왜 이렇게 하셨는지 이유는 모르고예?
유한숙의 딸 : 저는 부산에 있고요. 아버지는 밀양에 계셔서요. 연락하니까
형사 : 어르신은 뭐 오늘 특별히 뭐 언짢은 일이 뭐 있었는가요? 왜 그렇게 이리 또 사람 그래도 집에 따님도 걱정하시고 다 걱정하시는데
딸 : 아버지!
故 유한숙 : 응
유한숙의 딸 : 왜 그러셨는지를 얘기를 좀 해보세요.
故 유한숙 : 송전탑 때문에 그래
형사 : 예?
형사 : 예?
故 유한숙 : 송전탑 때문에
형사 : 예.
故 유한숙 : 니네 그게 송전탑 때문에 내가 돼지도 못 먹이고, 하나 옮기면 되는데.
형사 : 예.
형사 : 큰 아드님 말씀 들으니까 오늘 뭐 (사모님과) 싸우시다가 이래 얘기 하시더만은예.
故 유한숙 : 하∼ 기분도 안 좋고,
형사 : 기분이 왜 안 좋으셨는데예?
故 유한숙 : (기침) 사는 게 힘들어가 죽고 싶어서 그런기지 뭐. 아이고∼
형사 : 사는 게 힘들어서, 그거는 뭐 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다 힘들가는거, 다 쉬운 게 어디 있습니까? 저희들도, 갑자기 왜 이렇게 하실 필요는, 목숨이 제일 중요하신데 일단 뭐.
故 유한숙 :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송전탑... 
형사 : 살 만큼 사시기는 아직까지 뭐 정정하시죠, 예.
형사 : 목숨 뭐 특별하게 뭐 오늘 뭐 특별하게 마음이 움직였다든가 아니면 (송전탑 말고) 다른 원인이 있을 거 아닙니까? 갑자기 이래하시면, 사실 목숨이 중요한데, 그럼 뭐 다른 일이 있습니까? 뭐 정신이, 정신이, 하여튼 정신 좀 차리십시오. 정신을 차리십시오. 정신 놓으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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