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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BS 수신료 올릴 때인가

[편집국에서] '죽은 조직'의 나라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스른다.”

대학 신입생 때 들은 문장인데,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세월호가 뒤집어지는 동영상을 보고 다시 생각이 났다. “가만히 있으라”던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랐던 아이들이 죽었다. 어른들의 말을 거슬렀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산목숨은 흐름을 거스르기 마련이라는 자연의 이치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불온한 취급을 당한다. 물살에 몸을 내맡기는 죽은 물고기가 돼야 오래 살아남는 어른이 된다. 오지랖이 넓어도 안 되고, 튀어서도 안 된다. ‘모난 돌’이 되는 건 ‘왕따’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아이들은 이런 이치를 배우며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다.

평생 혼자 산다면, ‘모난 돌’로 늙어도 된다. 하지만 우린 거의 모두 ‘조직’ 안에서 산다. 기업, 관공서, 군대, 학교, 교회….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일종의 조직이다. 어른들이 만든 조직은 산 물고기를 죽은 물고기로 길들인다. 여기서 의문. 사실, ‘조직’이야 말로 거대한 생명체 아닌가. 공기를 호흡하듯, 구성원이 드나든다. 자원을 소비하고 배출하며, ‘생로병사’의 순환을 이어간다. 사람처럼, 조직도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런데 죽은 물고기로만 채워진 조직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진실 하나는 늙고 병든 한국의 공공 조직이다. 해난 사고 앞에서 청년처럼 발 빠르게 뛰어 다녔어야 할 해경은, 알고 보니 군대보다도 늙고 굼뜬 조직이었다. 현장 경험 없이 법전만 뒤지던 책상물림 관료들이 조직 수뇌부를 꿰찼다. 안전행정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위만 바라볼 뿐, 직접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쓸 엄두는 내지 않는다. 책임 떠넘기기에만 민감한 중년 아저씨들의 조직일 뿐이다.

가장 팔팔해야 할 언론은, 병폐가 더 심각하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모든 일에 달관한 노인 같다.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따라 할 뿐이다. 묻고 따지고 뛰어다니기엔 몸이 너무 무거운 노인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돋보인 언론은, 조금 엉뚱하게도 JTBC였다. 칭찬받아 마땅한 활약이었다.

그러나 ‘조직’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역시 의문이 든다. 사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방송사가 과연 싱싱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 계열인 JTBC 기자들이 딱히 개혁적인 색깔은 아니다. 그런데 손석희 사장이 들어서자, 손석희 색깔이 됐다. 만약 그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는 사장이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갈 건가. MBC, KBS 등 공중파 방송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이후, 순식간에 색깔이 바뀌었다. 별의별 개성을 지닌 이들이 모인 거대 조직인데, 그저 사장 하나 갈아 끼우는 걸로 방향이 바뀐다. 마치 기계처럼.

물론, 어떤 조직이건 구성원은 수뇌부의 지휘를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러나 너무 매끄럽게 돌아가는 조직, 아무런 삐걱거림 없이 방향을 트는 조직은 그 자체로 위기 징후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구성원이 그저 위만 바라보게 된다. 마치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해경과 정부 조직처럼.

7일, KBS의 젊은 기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정부 발표만 따라 읽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반성이다. 늙고 굳은 조직에, 물살을 거스르는 산 물고기 떼가 나타났다. 모처럼 헤엄치기 시작한 물고기 떼가 그물에 막히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경영진의 관심사는 그저 수신료 인상뿐인 듯하다. 새누리당은 8일 오전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KBS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고, 곧장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KBS 경영진의 눈은 국회에만 쏠려 있다.

잘 먹는다고 꼭 건강한 조직 되는 건 아니다. 이제 간신히 살아서 펄떡이기 시작한 물고기 떼가, 썩어서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꼴을 또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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