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마련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개별 네티즌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도 규제의 범위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선거와 관계있는 단어를 인기 검색어로 채택하는 것마저 금지하는 '초강경 규제'가 핵심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촛불집회나 야유회까지 금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음향·동영상도 '실명제'…인기검색어는 '금지'
한나라당 정치관계법 특위 미디어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윤석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 서비스제공자에게 인터넷 홈페이지의 선거관련 게시물에 대한 공정관리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특히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견을 표명할 경우 글뿐 아니라 음향, 동영상 등에 대한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개별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올리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대해서도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포털사이트에 대해서도 △다른 언론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변경 금지 △보도, 취재, 논평 등 여론 조성행위 금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와 관계있는 단어를 인기 검색어에 포함시키는 것의 금지 등 규제방안을 명시했다.
이 개정안은 이밖에도 △국가로부터 보조금 또는 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대표자와 구성원의 선거운동 금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합대회·야유회와 촛불집회 금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단일화 토론·후보자 방송출연도 금지
이번 개정안에는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방송·토론 및 대담을 제외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지율이 높은 한나라당 후보들의 안정세를 위협하는 선거 막판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정당 간 후보자 단일화를 위한 토론 등은 중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구여권 후보들의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법안에 담아냈다.
이와 관련해 장윤석 의원은 "지난 대선 때의 예를 들면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공중파에서 중계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언론사와 포털사이트가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 300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고, 특히 후보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언론 향한 계엄조치"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대권편집증' 환자인 한나라당의 광기가 국민의 정치의식과 민주주의, 언론을 향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라며 "군사정권의 후예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악스럽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도 "집권을 위해 헌법 초월적인 정치악법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한나라당판 '긴급조치 10호'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차떼기'로 망한 정당이 이번에는 '법떼기'로 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매번 졌던 이유는 폭로와 촛불시위, 인터넷을 통한 활동 때문이 아니다. 구태정치와 독재정치의 유산, 시대착오적 시각이 그 원인"이라며 "집권하지도 않은 정당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고 나면 얼마나 가혹할지 벌써부터 몸서리가 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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