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면서 종종 탈선이라든지 당산철교 붕괴 등의 사고 상황을 상상하곤 했다. 원래 이런저런 상상을 자주 하다 보니 그 이유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안전을 기대하기란 힘든 일임을 새삼 깨달아가면서, 내 무의식이 앞서 위험의 냄새를 맡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자동 안전거리 유지 장치의 고장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앞서 일어난 철도 사고들의 처리와 수습이 사건마다 여러 복잡한 맥락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처벌'만을 앞세웠던 것을 떠올리면 불안하기만 하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아니, 지금은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신뢰감'이라고만 말하는 게 그나마인 것 같다.)이지 책임자 추궁과 엄벌이 아니다.
철도는 시민의 일상과 직결되고 여러 인적 구성과 공간에 걸쳐져 있는 네트워크 산업인 만큼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적이나 투자 대비 산출이라는 시장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이다. 철도 기관사이자 사회공공연구소에서 철도정책을 연구하는 박흥수 객원 연구위원은 <철도의 눈물>(후마니타스 펴냄)에서 2013년 8월의 대구역 탈선 사고의 복잡한 원인과 향후 안전을 위한 해결 방안을 논하며 이렇게 말했다. "(…) 철도에서는 최대한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최소 비용, 최대 효과'나 흔히 말하는 가격 대비 성능비 같은 것들을 철도에 대입하게 되면, 당장의 지출은 줄일 수 있겠지만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혹 이번에도, 사고를 위로한다면서, 사고를 줄이려면 사회를 보다 도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결국 한다는 얘기가 '시장 몫 늘려야 한다'고 했던 그 '소설가·사회평론가' 같은 사람이 혹시 또 나오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주의 리스트'는 철도의 특성에 관한 책, 공공 교통의 안전 확대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책·서평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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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리카와 다카유키의 <지속 가능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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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성면의 <질주하는 역사,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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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폴 버카일의 <정부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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