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까지도 '박근혜 할머니'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논란의 내용은 알려진대로다. 지난 29일 세월호 침몰 사고 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 노년 여성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는 듯한 장면의 사진이 찍혀 언론에 보도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이 할머니가 유족이 아니라고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선 의도적인 '조작', '연출' 의혹이 일었다. '박사모' 회원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청와대는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당사자인 할머니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거듭 단순 조문객이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의도치 않은 해프닝이 걷잡을 수 없는 논란으로 번져 청와대는 억울한 기색이다. 관련 보도가 끊이지 않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는 이런 잘못된 보도가 국민들 사이에 급속히 불신을 야기시키고 국민과 정부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 탓이라는 것이다. 일견 그럴만하다. 같은 기사를 반복해 쏟아내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들이 숱하게 쏟아졌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 보도는 SNS 등에서 불거진 대중들의 의심을 토대로 한다. 박 대통령이 조문한 시간은 일반인 조문이 시작되기 전인데 어떻게 할머니가 입장할 수 있었는지, 대통령에게 접근할 때 경호원들은 왜 제지하지 않았는지 등이다. 청와대와 할머니가 부인한 뒤에도 SNS에는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해 연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퍼지고 있다. SNS는 다시 언론 보도의 확산으로 순환된다. 진위 여부에 앞서 그 바탕에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깔려있다.
소셜미디어컨설턴트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평소 SNS에서 박 대통령을 키워드로 언급하는 버즈량이 7000~1만 건이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8만 건까지 치솟고 있다"면서 "분노의 화살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하는 흐름을 반영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언론 탓은 핵심을 비껴간 진단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족들 앞에선 단 한마디 사과도 없던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착석 사과'로 대신했다. 박 대통령이 분향소를 떠난 뒤 유족들은 "광고 찍으러 왔냐"며 분노했다. 여론도 박 대통령의 '간접 사과'에 비판적이었다. 초유의 사건에 대한 유족들과 국민들의 분노 앞에 박 대통령의 공감 능력 부족이 화를 키운 것이다.
특히 '조문 연출' 논란은 박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가 불렀다는 지적이다. 유 대표는 "국민들은 정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과나 대응이 미흡하다고 여기는데 박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고, 각료들이나 청와대 대변인은 충성경쟁을 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면서 "공감 능력 측면에서 민심의 흐름을 전혀 읽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게다가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비판한 유족들에게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불에 기름을 부은 자신의 발언을 "사견"이라며 뒤늦게 수습하려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유승찬 대표는 "민 대변인의 발언은 치명적"이라며 "청와대 대변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분노와 불신을 더 키우는 모습"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에도 여론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는 전전긍긍이다. 추가 사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던 민 대변인과 달리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의 시기와 방법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정성을 의심 받는 박 대통령이 여론에 떠밀려 추가 사과를 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이에 호응해 줄지는 미지수다. 유 대표는 "타이밍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후속 대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추가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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