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군 철수 이후 처음으로 총선을 치른 30일 전국 곳곳에서 투표소 등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잇따랐다.
그러나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군경의 삼엄한 경비로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없었고 각 투표소에는 수니파 무장단체의 테러 위협을 무릅쓰고 한 표를 행사하려는 이라크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라크 북부 도시 키르쿠크 서북부의 한 마을에서는 도로 옆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바그다드에서 동북쪽으로 100㎞ 떨어진 마크다디야에서도 투표소 옆에서 폭탄이 터져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20㎞ 떨어진 바이지에서는 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의 자폭 테러로 경찰관 2명이 숨지고 민간인 7명이 다쳤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 밖에도 모술 등지에서 노변 폭탄 테러로 이날 하루 이라크 전역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날 테러는 대부분 투표소 인근 도로 옆에 매설된 폭탄을 이용한 테러로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큰 차량 폭탄 테러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라크 당국이 전날 오후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한 조치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또 이날 군경 수십만 명을 전국의 투표소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특히 바그다드 도심에는 500미터마다 검문소가 설치돼 이중삼중의 검문을 받아야 하지만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밀집 지역인 카라다 구역 투표소에서 만난 아즈하르 무함마드(37·여)는 "그동안 국가 운영에 큰 실수가 있었다"면서 "이제 새로운 인물을 뽑을 때가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카라다의 자폭 테러로 아들을 잃었다는 이삼 슈크르(72)도 AP통신에 "아들과 손자들이 불안한 치안으로 놀이터나 놀이공원에도 마음 놓고 가지 못한다"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라크가 더욱 안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라크에서는 이에 앞선 28일 부재자 투표에 나선 군경 등을 겨냥한 폭탄 테러와 쿠르드 정당 지지자들을 노린 자폭 공격 등으로 최소 50여 명이 숨졌다.
전날에도 바그다드 등지의 연쇄 폭탄 테러 등으로 30여 명이 희생되는 등 지난 이틀간 각종 테러로 80명 넘게 희생됐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바논 이슬람국가'(ISIL)는 28∼29일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총선 투표를 무력으로 막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ISIL은 올해 초 서부 안바르 주의 팔루자 전체와 주도 라마디 일부를 장악한 이래 이라크 군경과 넉 달 가까이 대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안바르 주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12월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 처음이자 2010년 3월 이후 4년1개월여 만에 치르는 이번 선거에는 36개 정당연맹체와 71개 정당 소속 9천여 명의 후보가 328개의 의석을 놓고 겨룬다.
전체 인구 3480만 명 가운데 18세 이상 유권자 2200만 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전국 18개 주에서 일제히 문을 연 4만8000여 개의 투표소는 이날 오후 6시에 줄을 선 유권자들이 투표를 끝낼 때까지 운영됐다.
국외 부재자 투표는 이에 앞선 27∼28일 전 세계 19개국에 마련된 783개 투표소에서 진행됐으며 군경과 재소자 등의 부재자 투표도 28일 치러졌다.
출구조사가 없고 개표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돼 최종 개표 결과 발표까지는 최소 2∼3주가 걸릴 전망이다.
AP통신도 초기 또는 부분적 개표 결과는 다음 주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종 결과가 언제 공표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0년 총선 당시에는 개표율 30%의 중간 개표 결과를 총선 1주일 후에 발표하고 2주가 지나서 최종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
한편 3선 연임을 노리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법치연합은 대적할 만한 정치 세력의 부재로 무난히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법치연합이 총리를 선출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확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과반 의석에 미달하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각 정치 세력의 합종연횡이 수개월 또는 길게 1년까지 이어져 당분간 정국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 안의 라시드호텔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알말리키 총리도 기자들에게 "우리의 승리가 확실하다"면서도 "그러나 얼마나 크게 승리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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