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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몰살, 시스템 정비가 해결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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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몰살, 시스템 정비가 해결책일까?

[편집국에서]시스템과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된 이유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 현장이 전국에 생중계된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 경 선박은 절반쯤 좌현 쪽이 물에 잠겼다. 사고 장소는 진도 연안 앞바다였다. 나는 당시 함께 뉴스를 보던 주변 사람들에게 "연안 앞바다에서 배가 좌초됐고,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이니 탑승객들이 모두 구조되겠지"라고 말했다.

2시간 뒤 '전원구조' '모두 탈출한 듯' 등의 속보가 떴을 때, 나는 "그것 봐라"고 큰소리쳤다. 오후에 중앙안전대책본부에서 "오후 1시 기준으로 368명이 구조됐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혔을 때 "어쩐지 금방 다 구했다고 해서 좀 이상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구조되고, 나머지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하는 작업이 남았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300 명 정도의 생사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믿을 수 없는 발표가 나왔다. 나는 "잘 모르면서 큰소리쳤구나"라는 자괴감에 빠졌다. 그러면서 "내가 잘 몰랐던 것이 무엇일까" "내 판단이 왜 틀렸던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세월호 참사는 '몰살 사건'

내가 큰소리쳤던 판단은 "탑승객들이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갖추고, 당국은 곧바로 구조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믿음과 현실이 이렇게 동떨어질 줄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곰곰히 자문해보았다. "탑승객이 다 구해질 줄 알았던 선박 침몰 사고가 왜 300명이 넘게 사망 또는 실종된 참사가 됐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이 의문은 곧바로 세월호 참사는 '침몰 사고'가 아니라 '몰살 사건'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몰살은 "모조리 다 죽거나 죽임"이라는 뜻을 가졌다. 나는 세월호 참사를 '침몰 사고'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한다. 온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어이없게 일어난 침몰 사고'라기보다는 '어이없게 희생자가 양산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선박이 침몰하는 사고는 선진국에서도 일어난다. 세월호 사고 현장을 지켜본 모든 국민이 정말 충격을 받는 지점은 먼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난 사고도 아닌데, 탑승객 거의 대부분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참변'으로 변질되는 과정이다.

'세월호 몰살 사건'이라는 문제의식으로 보면, 세월호 선박직 선원들과 세월호가 소속된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정부의 '무정부' 같은 대응 실패에 대한 초점 흐리기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적지 않다.

'세월호 몰살 사건'은 물론 침몰 사고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탈출 선원들'이 보여준 '책임회피' 행위들이 침몰 사고를 '몰살 사건'으로 키워갔다. 선장이 탈출한 오전 9시 40분이 훨씬 지난 오전 10시 17분 한 단원고 학생이 보낸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라는 마지막 카톡 메시지가 보여주듯 이들의 행위는 "부작위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탈출 선원'들은 '세월호 몰살 사건'의 주범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경들은 또 어떤가. 실종자 가족들은 자식들의 생사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권한 밖'이라는 말과 윗선의 눈치만 보고 있는 해경 간부들의 태도에 억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탈출 선원들'을 '세월호 몰살 사건'의 주범으로 단죄한다고, 그리고 해경의 무능과 책임회피만 성토한다고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 구축이나 매뉴얼 강화 등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되는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공동체 교육 부재'다.

'공동체 교육 부재'를 근본적 원인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세월호 몰살 사건'을 일으킨 책임자들이 '작위적인 행위'로 '몰살 사건'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교육'의 핵심은 '자기 희생을 감수하고 책임지는 태도 함양"이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마음을 기른다는 식의 막연한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세월호 참사는 '공동체 교육 부재'로 각자의 조그만 '책임회피'가 모여 어떻게 '괴물'으로 변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 사건이다.

공동체 교육 없는 '매뉴얼'은 사상누각

시스템은 권한과 책임을 한계 지운 체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인위적으로 설정한 시스템의 경계선에서 중요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권을 의식한 '리스크 테이킹'을 하려는 '비즈니스맨'들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책임회피의 태도를 갖게 된다. 공동체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인간은 어떤 이익보다 자기에게 초래될 조그만 손해에 더욱 민감하다. 공동체를 위한 '자기 희생적인 리스크 테이킹'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문명사회일수록 공동체 교육은 필수다.

비상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매뉴얼과 매뉴얼에 따른 훈련이 부족한 것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동체 교육이야말로 몸에 배게 할 매뉴얼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매뉴얼'은 무용지물이 된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복해서 익힌 '실제 매뉴얼'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실제 매뉴얼'은 무엇인가? 바로 '책임 회피'와 '이권 챙기기'다. 공동체 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스템과 매뉴얼은 '실제 매뉴얼'에 의해 어처구니 없이 붕괴될 위험을 안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라는 저서를 통해 이 문제의식을 일찌감치 설파했다. 그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사회화하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그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통제불능하고, 불확실한 위험이 훨씬 커지는 원리를 통찰해 냈다. 산업사회는 안전을 '비용 대비 효과'라는 효율성 안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안전조차 효과 대비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하려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는 실제로는 안전을 외면하는 사회다.

시스템 자체가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도록 구축된 사회에는 공동체를 위한 교육도 부재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과 매뉴얼 정비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세월호 몰살 사건'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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