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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오열, 朴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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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오열, 朴대통령 "…"

원망, 체념, 분노…"아이들 죽이지 마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로 희생자 유족들과 만났다. 29일 오전 찾은 경기도 안산시 합동분향소에서다. 참사 이틀째이던 지난 17일 자식들의 생사를 알 수 없던 진도체육관에서의 첫 만남과보다 분위기가 격앙됐다. 정부의 무능으로 바다 속에 자식을 묻은 유족들은 대통령 앞에서 울부짖음으로 분노를 표했다. 쏟아지는 유족들의 원성에 박 대통령은 제대로 말을 할 틈도 없었다.

이날 오전 8시 45분 합동분향소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분위기는 엄숙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의록을 작성하는 도중, 유족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들을 만나야 할 거 아니냐"는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잃은 한 엄마는 "대통령님, 자식이에요"라고 울부짖었다.

조의록 작성을 마친 박 대통령이 유가족들과 마주하자 한 남성 유족이 "나도 대통령한테 할 말이 있어요"라며 무릎을 꿇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님 억울한 게 있어요. 제 아이인데요. 물론 수많은 아이들이 많이 비통한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두서없이 원통함을 쏟아내는 그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던 진도체육관에서 해경이 구조작업 동영상을 공개한 일을 거론했다. "'이건 숍니다. 쇼. 이런 비정한 나라'라고 대한민국이…. 이건 우리한테 압력을 행사하는 겁니다"라고 외신 기자에게 전한 말을 다시 했다. 유전자 검사 등 "무언의 압력을 3번 받았다"고도 했다.

여성 유족이 뒤를 이었다.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어요. 끝까지 있으셨어야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 그거 아니에요? 아니냐고요.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 서로 미뤄요. 왜 서로 미뤄? 우리 딸래미하고 9시 48분까지 통화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웃더라고요."

다음은 남성 유족. "대통령님 제가 어떤 생각을 하냐면, 여기 유가족들 정말 잘사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전부 빌라에서 전세살고 이런 분이에요. 당장 내일이라도 일터에 가서 돈을 벌어야지.(울먹임) 너무 지치게 만든다고요."

대통령이 답을 하려하자 그는 곧바로 말을 끊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선장 집어넣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해수부부터 해가지고 정말 이렇게 잘못된 관행들을 정말 진짜 바로잡고…."

박 대통령은 "그럴 겁니다. 이거 끝나고서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에 쌓여온 모든 적폐와 이것을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된 모든 게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유족의 체념 섞인 절규가 되돌아왔다.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에 안 살고 싶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안 되잖아요." 또 다른 유족 남성도 "저는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이들 살려달라고 해야 하나요"라고 했다.

유족 여성은 "대통령님 지금은 사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누가 하나 물러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시한부 사퇴'를 지적한 말이다. 그러곤 이렇게 하소연했다.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저희 자식이고. 내 새끼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입니다. 저는 중요한 건 그거에요. 마지막까지도 손을, 아이들 손을, (침몰한 배에서) 못 올라온 아이들까지…. 부모들 죽이지 마시고 아이들 죽이지 마시고…."

박 대통령은 한숨을 쉬었다.

29일 오전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족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연합뉴스


희생된 학생들 안치를 놓고도 졸속 행정이 되풀이 된 듯 했다. 유족 남성은 "서울추모공원 42명, 하늘공원 얼마, 하늘공원에선 받아준다 안 받아준다. 말이 안 되는 거에요. 유골함 갖고 집에서 하룻밤을 잤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 여성의 얘기도 똑같다.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재웠대요. 아이 데리고 가서 안치할 곳이 없어서(울음) 이게 말이 돼요?"

영문 모르는 박 대통령은 동행한 박준우 정무수석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박 수석에게 "여기 남으셔서 이런 분들의 어려움, 얘기한대로 안 되는 어려움들을 전부 자세하게 듣고 그걸 여기 계속 남아서 해결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족 남성이 다시 하소연했다.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대통령님이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내 자식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내 자식이 이렇게 됐으면 내가 어떻게 할 건지 그 마음으로 해주십시오. 정말로."

박 대통령에게 원망 섞인 당부가 계속됐다.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는 그 해경 관계자들 엄중 문책해 주십시오. (그 사람들) 웃고 다녀요."(유족 남성) "얼마나 미루는데, 서로 미뤄. 그때 구조작업 하나도 안 했어."(유족 여성)

"말씀 잘 알겠다"며 자리를 뜨려는 박 대통령에게 젊은 유족 남성이 "대통령님 1분만 시간을 주십시오"라며 박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바라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보상 그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얼마가 보상이 되건 아이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 차후에 더 거짓이 방송되지 않도록 그것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오전 9시 8분 분향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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