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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한달 반 새 6명 사망…"정몽준, 대국민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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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한달 반 새 6명 사망…"정몽준, 대국민 사과하라"

추락하고 깔리고 불 나고…배 만들다 죽어가는 노동자들

현대중공업 그룹 산하 조선소에서 최근 다섯 건의 잇따른 중대 재해로 6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 노동계가 노동 안전 근본대책 수립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23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 반 사이 6명의 하청 노동자 생명을 앗아간 5건의 재해들은 한결같이 기본적 안전이 무시된 잘못된 작업 방식과 최소한의 안전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재해였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달 6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오 모(40) 씨가 한밤중에 크레인으로 이동하다 철판에 깔려 숨졌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작업 지휘자와 유도자가 배치되지 않았으며, 두 장의 철판을 크레인에 물리는 위험한 작업 방식이 강행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같은 사업장에서 또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 박 모(41) 씨가 생명줄(라이프라인)과 추락 방지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장소에서 족장 작업을 하다 12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STX 등 에선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땅 위에서 안전하게 족장을 설치한 후 블록을 탑재시킨다"며 "그러나 세계 1등 조선소라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에서만 고소 작업을 통해 족장을 설치하는 원시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불과 닷새 후인 지난달 25일 또 추락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거치대로 사용하던 족장이 붕괴하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3명이 바다로 추락했고, 그 결과 김 모(52) 씨가 사망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다쳤다. 노조는 "신속한 구조만 이루어졌다면 살릴 수 있었다"며 "추락한 김 씨가 안전대에 묶여 무게 때문에 떠오르지 않음에도 현대중공업 안전관리팀은 119나 해양경찰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고 사내 잠수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1시간 20분 후에야 김 씨는 안타깝게도 숨진 채 인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현대미포조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안전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정 모(65) 씨가 도장 테이프 제거 작업 중 8.6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이의 시선이 진도에 머물렀던 21일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선 용접 작업이 진행 중이던 LPG선에 불이 나 하청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노조는 이 사고 역시 화재 예방책이 제대로 강구되지 않고 안전 교육도 실시되지 않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 21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선박건조장 내 LPG선 건조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최저가 입찰과 다단계 도급계약, 무리한 공기 단축이 원인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그룹 사업장에서 이 같은 끔찍한 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로 △ 도급사 최저가 입찰 △ 다단계 도급 계약 △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 사업장 내 안전관리시스템 붕괴 등을 꼽는다.

회견에 나선 이들은 "현대중공업 등 원청이 이윤 극대화를 꾀하고 그 아래 다단계 하청업주들이 최소한의 이윤 확보를 노리는 사이 하청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보건 조치에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조선업 수주 회복으로 조선소별 하청 노동자 투입이 급증하고 있는 지금, 다단계 하청계약 급증과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방치되면 하청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과 고용노동부는 조선소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 계약을 금지하고 즉각적이고 상시적인 사업장 감독에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중대 재해가 연속해서 발생한 현대중공업 그룹을 상대로는 특별 안전 감독이 불가피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 소홀로 노동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 오병옥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즉각 구속하고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재해 예방을 위해 교육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사람 수 대비 재해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며 "물론 그럼에도 사고가 난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죄송스럽고 부상자들에겐 최대한의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는 산업재해는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과 비정규직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위험이 약자에게 떠넘겨지는 구조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 <프레시안> 기자가 조선소에 직접 취업해서 이런 현실을 고발하는 기획 기사를 썼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적은 위험으로 큰 수익을 얻고, 힘 없는 사람들은 온갖 위험을 떠안지만 가난의 굴레에 더 깊이 예속되는 현실. 조선소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조선소가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본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편집자>

○ 위험의 양극화, 산재는 왜 비정규직에 몰리나
연재를 시작하며:<프레시안> 기자는 왜 조선소 하청으로 취업했나

- 기자가 체험한 조선소 하청 노동
<1> 취업 면접 때 묻는 건 딱 하나, "버틸 수 있겠나?"
<2> "목숨 갉아먹는 유리 먼지, 여기가 지옥이다"
<3> 점심시간 1분만 어겨도 욕설에 삿대질, 경고까지
<4> "6미터 추락 반신불수, 책임자는 알 수 없어"

- 조선소, 한국사회의 축소판
<1> 발 헛디뎌 죽은 다음날, 회사가 한 말은?
<2> 노동자도 아닌, 사장도 아닌, 넌 누구냐?
<3> 저녁 먹자던 아버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4> "5년동안 몰랐는데 내가 바로 불법파견이더라"

- 위험의 양극화, 대책은?
<1> 폐암 진단, 길고 긴 소송, 얻어낸 건 장례비

<2> "냉동고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그러나 회사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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