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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2325원… SKB·LGU+ 기사들의 '기묘한'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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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2325원… SKB·LGU+ 기사들의 '기묘한' 월급

"퇴직금·4대 보험료 전가하고, 툭하면 각종 벌금"

마이너스(-) 24만2325원. SK브로드밴드 '행복기사' 이경재(39) 씨가 지난해 5월 받은 급여다. 이 씨는 인터넷·전화·IPTV를 한 건 개통(설치)할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를 합해 월급을 받는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월급이 나온 달에는 수수료로 4만2835원을 벌고, 여기서 당연히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퇴직금 일부(고정급여의 12분의 1)와 4대 보험료까지 공제됐다.

"부친이 막 암 투병을 시작했었거든요. 노모에게만 간병을 부탁할 수 없어 평소만큼 일을 못 했어요. 그랬더니 아예 마이너스가 나오더라고요. 다음 달 급여에서 딱 그만큼을 (회사가) 차감해갔습니다."

인천 지역에서 개통 일을 하는 김명식(가명·35) 행복 기사는 지난해 여름, 석 달 동안 아예 한 푼의 벌이도 하지 못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탓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모친과 함께 사는 김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험약관대출 등을 통해 1000만 원을 "박박 긁어모았다."

"의사는 재활 치료가 필요하니 전봇대를 타는 등의 일은 더더욱 해선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계속 일을 못 할 거면 그냥 그만두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그 뉘앙스란 게 있잖아요. 임금 명세서요? 그런 건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근로계약서도 안 썼고요."

▲ SK브로드밴드의 한 행복센터(고객센터)의 패널티·인센티브 정책. 고객 만족도(해피콜·VOC)와 지각, 설치, 영업(HSD) 목표치 달성 정도를 평가해 성과급여를 지급하거나 급여 일부를 차감하는 체계로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해피콜 10점 만점 못 받으면 월급이 깎여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노동자 증언대회. 두 통신 재벌의 유니폼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이어 손을 들고 '증언자'가 되길 자처했다. 연·월차 휴가(수당)가 따로 없는 상당수 노동자는 이날 10만 원가량의 하루 벌이를 오롯이 포기하고 대회에 나섰다.

이들은 4대 보험료와 퇴직금 외에도 숨통을 조이는 각종 페널티 제도로 한 달에 십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씩 급여가 차감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해피콜을 통해 개별 기사에 대한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해 10점 만점을 받지 못하면 기사의 급여 일부(수수료 5~10% 또는 5만~10만 원)가 차감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해피콜 과정에서 '담당 기사가 좋은 점수를 부탁했느냐'는 질문에 서비스 이용자가 '그렇다'고 답변하면 아예 수수료 전액이 차감되기도 한다.

2회 이상 지각을 하면 때마다 1만 원씩을 차감하는 센터도 발견된다. 할당된 월별 영업량(HSD)을 채우지 못해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5만 원까지 차감하는 경우도 있다. 원청이 설치 상태를 검사해 불량이 발견되면 센터장이 30만 원가량을 차감해가기도 한다. 업무 내용 하나하나가 급여로 직결되는 셈이다.

지난달 6일부터 약 한 달간 28개 서비스센터의 노동자들을 면접 조사한 최진수 노무사는 "도대체 퇴직금과 4대 보험료 사용자분을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 노무사는 "월급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차감을 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 43조(임금전액불 원칙)를 위반한 것이며, 각종 페널티 제도는 근로기준법 20조가 엄격히 금지한 '위약금·손해배상액 예정 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하다 다쳤는데…주유 쿠폰 30만 원어치 주고 끝"

ⓒ희망연대노조
4대 보험료를 전부 부담해야 하면서도 정작 근무 중 사고가 났을 때 산업재해 처리를 받았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은 찾기 어렵다. 이들 노동자는 업무 특성상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에 매달리거나 건물 외벽에 매달리는 등 위험한 작업을 하기 마련이지만, 최 노무사는 "고소차 등 안전 장비가 완비된 센터도 없었고, 치료비를 노동자들이 스스로 부담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최 노무사는 "지난해 동대문의 한 센터에서는 개통 작업을 하던 기사가 담벼락에 돌출된 못이 손바닥을 관통하는 사고를 당해 한 달간 요양을 해야 했다"며 "당시 센터에서는 산재보상 명목으로 주유 쿠폰 30만 원어치를 지급했다. 이를 받은 개통 기사는 선배들을 찾아가 '주유 쿠폰을 사달라'고 졸라 현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정용식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이 지난달부터 약 한 달간 전국 424(SKB 242·LGU+ 1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SKB 협력업체 설치·수리 기사들의 40.5%가 각 센터(협력업체)의 기간제·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33.1%가 정규직, 18.2%가 파견·용역 지위로 일하고 있었다. LGU+에서는 36.3%가 기간제·계약직, 근로계약이 아예 없는 경우가 33%, 정규직 14.3%, 파견·용역 1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임금 형태는 크게 연봉제와 건당 수수료 체계로 구분된다. 설문조사에 응한 SK 기사 중 38%가 건당 수수료 체계라고 답했고 32.6%가 월급 형식이라고 했다. 주목할 점은 8.7%가 월급과 건당 수수료를 섞은 급여 체계를 적용받고 있다고 답한 접이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개념이 섞인 변종고용형태, 즉 '근로자영자'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증언대회에서는 이 외에도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미교부 △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 △ 시간외수당 미지급 △ 휴게시간 미보장 △ 휴일 미보장 등의 실태가 고발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노동법이 있고 고용노동부란 부처가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며 "조사 범위를 키워 전국적으로 근로감독을 벌이면 더 많은 위반 사례가 밝혀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얼마 전 공식 출범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와 통신·케이블 공공성 강화와 노동인권 보장 공동대책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반기 안에는 반드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근로감독이 좀처럼 닿질 않는 영세 사업장에서나 벌어지는 줄 알았던 수많은 불법 행위가 대기업 협력업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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