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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1300%를 총수 부자에게 안기는 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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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1300%를 총수 부자에게 안기는 이 기업…

[편집국에서]그룹 비상장 계열사가 버는 돈의 원천은?

어떤 기업이 한 해 순이익으로 8억 원을 냈다면, 주주에게 얼마를 배당해주는 것이 상식적일까?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을 '배당성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순이익 모두를 배당으로 지급했다면 적은 것인가 많은 것인가?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순이익의 13배를 배당으로 지급했다면? 배당성향으로 치면 1300%다.

참고로 공시 의무가 있는 상장사의 경우, 배당성향이 즉각 노출이 되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배당성향은 20% 정도다. 실제로 2013년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13.1%다.

그런데 실제로 배당성향 1300%를 자랑하는 기업이 있다. 광영토건이다. 설마 상장사가 이렇게 할 리는 없을 것이다. 찾아보니 부영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다. 더 찾아보니 이렇게 문제가 있는 배당성향을 보인 기업들이 한두곳이 아니다. 대체로 비상장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상장사, 총수 일가 지분 유난히 많은 공통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부자가 비상장 계열사 광영토건으로부터 당기순이익의 13배에 달하는 배당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지난해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회장과 장남인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 원을 배당했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 7억7000만원의 13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룹 내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82억원이지만 110억 원을 배당으로 책정했다. 지분 95%를 가진 이 회장이 104억 원을 가져갔다. 이 회장을 위한 배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효성그룹에서도 이런 사례가 발견된다. 지난해 10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효성투자개발도 순이익보다 많은 108억 원을 배당했다. 효성투자개발은 모기업인 효성이 59%,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정도로 순이익을 넘는 배당을 하면 이건 '배당'이 아니라 '회사 자금 상납'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순이익은커녕 순손실을 냈는데도 배당을 하면 뭐라고 비꼬아야 할까?

한국야쿠르트 계열사 팔도는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 윤호중 전무에게 31억 원을 배당했다. 팔도는 지난해 36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주당 6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지난해 92억 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12억 원과 2억 원씩 배당했다. 그룹 총수인 현정은 회장의 지분이 52.3%다

어쩌다 한 번이거나, 예전에 좀 문제가 있는 배당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하면서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교촌치킨의 경우를 보자. 교촌치킨은 지난 2010년 24억 원의 적자가 났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30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권 회장은 지난해 교촌치킨이 순이익 6억 원을 냈을 때 15억 원의 배당을 받는 등 5년간 배당으로만 145억 원을 챙겼다. 교촌치킨의 5년간 전체 순이익은 48억 원에 불과하다.

'일감 몰아주기와 배당'이라는 사실상의 '상납고리'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비상장사들이 이런 이상한 배당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줄 돈이 있어서 주는 데 무슨 참견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익잉여금 중에서 배당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특정 연도의 배당성향이 높게 나타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비상장사들에게 줄 돈이 생기는 과정도 논란이 될 소지가 많다.

바로 '일감 몰아주기'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아이팩은 담철곤 회장에게 150억8800만 원을 배당했다. 회사가 지난해 2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배당액은 순이익의 6배다. 그런데 아이팩은 지난해 403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룹 계열사를 통한 물량만 80%에 달했다. 전형적인 내부거래다. 그룹 주력업종의 이익을 비상장사에게 몰아주고, 배당으로 총수 일가가 다시 뽑아가는 일종의 '상납고리'로 의심받을 만하다. 사실상 증여다. 과세당국이 마침내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로 보고 과세하기로 했는데, 구체적인 조건이 마련돼 실제 과세가 가능해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자동차용 강판 등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인 삼우는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이 된 지 10년 만에 매출액이 50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이 되니까 갑자기 경영능력이 몇 배로 좋아진 것일까? '일감 몰아주기'말고는 이 정도로 매출 증대의 비법이 있는지 의문이다. 신용인 삼우 대표는 삼우에서 34억 원의 배당을 챙겼다. 삼우의 배당 성향은 93.7%로 사실상 순이익 전부를 배당했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KCC와 일본 아사히 글라스가 각각 40%씩, 정몽익 KCC 사장이 나머지 20% 지분을 가진 코리아오토글라스는 200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지난해 순이익 177억 원을 초과하는 배당이다. 정몽익 사장은 정상영 KCC 회장의 차남이다.

결국 총수 일가가 사익 편취나 재산의 편법 증여를 위해 금융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비상장사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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