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고소 사건이 공안1부로 재배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안1부는 '서울시 간첩 의혹 사건'(유우성 사건)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씨가 지난 해 5월 2일 <백년전쟁> 김지영 감독, 최진아 피디와 민족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임헌영 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자명예훼손 사건을 형사1부에서 공안1부(이현철 부장)로 변경 재배정했다.
공안1부는 '조작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던 유우성 씨 사건 담당 부서다. 이현철 부장검사는 직접 유우성 씨 항소심 공판에 나오는 등 간첩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년전쟁>은 철저히 사료에 입각해 만들어진 역사 다큐멘터리이며, 만약 허위사실이나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법의 판단을 구해보면 될 일"이라며 "그런데 검찰은 무려 1년간 조사에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느닷없이 공안부로 이관해 재조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어 "형사부가 장기간에 걸친 조사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전문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초 이승만 측의 소송 제기 자체가 무리였다는 반증"이라며 "사실이 이러함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는커녕 다시 공안부로 재배당하는 납득할 수 없는 악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자명예훼손소송을 공안사건화하려는 검찰의 태도는 극우세력의 청탁수사인지 고위층의 하명수사인지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한다"며 "검찰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훼손하는 공안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백년전쟁>과 관련한 무리한 공안몰이 수사를 즉각 중지하라"고 강조했다.
<백년전쟁>은 지난 2012년 11월 공개된 이후 유투브 등에서 350만 뷰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지난해 3월 13일 이인호 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청와대 원로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비판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었나요"라고 물으며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해 4월 16일 유정복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백년전쟁>과 관련해 "객관적인 검증이 없는 동영상은 국민통합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한국의 정체성이 지켜지고 역사관이 올바로 설 수 있게 문제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