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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 이상"…SK·LG 거대 비정규직 노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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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 이상"…SK·LG 거대 비정규직 노조 출범

수당 없이 하루 10시간씩 근무…"살인적 노동 강도에 노조 설립 방해도"

유무선 인터넷, IPTV,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통신기업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줄지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1000명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재벌 통신기업을 상대로 한 거대 노조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통신·케이블방송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산하에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가 결성됐다고 알렸다.

이날 회견에는 양 지부를 책임지게 될 이경재(39) SK브로드밴드지부장과 경상현(39) LG유플러스지부장이 참석해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에도 법정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불법적인 임금 차감과 가로채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인정사정없는 쥐어짜기식 영업 강요와 대가 없는 노동을 더는 견딜 수 없어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수당 없이 하루 10시간씩 근무…"살인적 노동 강도"

희망연대노조는 이날 양 지부 노동자 현황 및 실태 자료를 공개하며, "두 통신기업에서 서비스 개통·철거·수리를 맡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휴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정상 근무를 하며, 일요일에도 당직 근무를 월 1~2회 편성해 월 평균 휴일이 2~3일에 그친다"며 "1주일 평균 근무시간이 60~70시간에 이른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간외수당 등 법정 수당을 주는 곳은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개별 법인인 각 센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장시간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단 얘기다.

상당수 노동자가 4대 보험을 일절 적용받지 못하고 있으며 업무에 필요한 유류비, 통신 요금, 자재 구입비, 명찰·명함 제작 비용 등도 하청 노동자들이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악성 민원에 따라 원청(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이 각 센터(하청업체)의 평가 등급을 낮게 하면 해당 기사의 월급을 차감되는 일도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경상현(39) LG유플러스지부장은 "기사 명함을 가진 고객이 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VOC를 먹는다(악성 민원에 따라 센터 등급이 낮아진다)"며 "심한 센터는 월급에서 VOC를 먹거나 영업 실적에 미달하면 월급에서 5~10만 원씩 차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매달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거나 삭감당하고 있는 금액 수준은 월 70~90만 원이 수준에 이른다고 했다. 이들은 "그 결과 두 업체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 수준은 월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것이 창조 경제의 중심이라는 통신업종에서, 그것도 재계 서열 3위와 4위라는 SK와 LG 그룹의 소속 계열사 내 고객서비스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10일 노조 결성을 알리고 이후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이 김상현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장, 오른쪽이 이경재 SK브로드밴드지부장이다. ⓒ프레시안(최하얀)

1·2차 협력업체에 소사장제까지…'다단계 하도급' 구조

이들은 이와 같은 열악한 노동 조건이 만들어진 데에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설계해놓은 다단계 하청구조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사용주가 누구인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짜인 고용구조 속에서 누구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전국에 각각 91개와 70개의 고객센터를 두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센터를 '행복센터'라고 부르고 LG유플러스는 '고객센터'라고 부른다.

이들 센터는 두 기업과 1~2년에 한 번씩 도급 계약을 맺는 하청업체들이 운영한다. 원청과 하청 사이에 2~3개 센터를 동시 운영하는 '중간업체'도 있다. 원청-중간업체-센터(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이란 설명이다. 중간업체 부장급이 센터장을 동시 역임하는 일도 있다.

노동자들은 바로 이 1차 또는 2차 하청업체 소속들이다. 삼성전자서비스와 마찬가지로 SK나 LG 마크가 달린 원청 유니폼을 입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곳은은 '○○텔레콤', '○○○○통신' 처럼 낯선 이름의 작은 기업들이다.

노동자들의 지위도 업무에 따라 제각각이다. AS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의 정규직이며 개통(설치)·철거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개인 사업자 형태로 일하고 있다. 1차 또는 2차 하청업체와 개인 도급 계약을 맺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개통·철거 한 건당 정해진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서로를 '건바이(by)건'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통·철거 기사들을 한 팀처럼 묶어 운용하는 소사장을 두고 있는 센터들도 상당수라고 했다. 이남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삼성전자서비스, 티브로드 등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아주 특이한 형태"라며 "중간 착취의 수준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행복기사'라고 부르는 SK브로드밴드의 하청 노동자들은 전국 4만5000명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국장은 "현재 노조 가입자는 수백 명 수준이며 곧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하루에도 수십 명 씩 가입하고 있는 터라 지금 현재 몇 명이라고 특정해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장도급'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청 노동자들의 각종 근무복, 명함, 명찰 등은 모두 원청 것인데다, 이들에게 웹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내리는 곳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이기 때문이다. 센터 인원(TO)을 결정하고 작업 일정(스케줄러)를 제작·분배하고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시험을 실시해 등급을 매기는 곳도 원청이라고 했다.


▲ SK브로드밴드는 자사 누리집에 이달의 베스트 행복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누리집 갈무리


"노조 가입했어요? 잘 생각하세요"

회견에 나선 이들은 3월 말 4월 초 들어 각 센터에서 광범위한 노조설립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상현 LG유플러스지부장은 "일하고 있는 중랑서비스센터에서 일방적으로 업무를 빼고 낮은 단가의 업무만 맡겼다"며 "업무 배정자가 '월요일부터 저 기사 업무 다 빼'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은 SK브로드밴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김 국장은 "지난 4일 원청운용팀이 노조 간부에게 전화해 '니가 기사들 들쑤셔서 뭐하는 거 아니냐. 행복클리닉(원청 인력) 다 투입할 테니 가입한 기사들 다 잘라버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가입해봤자 별수 없다', '어제 ○○지역 설명회한 것 안다…(조합원이) 소규모면 행복클리닉이 무너뜨렸으니 하지 마라', '앞에서 나서지 마라. 본부(SK브로드밴드)에서 나서는 센터 없애버린다 했다', '대기업이라 자본력 있으니 덤비면 날린다. 선두 그룹 목친다', '실시간으로 본사에 보고되니 제발 나서는 행동하지 말라' 등이 여러 센터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며 추후 녹취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최태원 SK회장이 300억 원에 달하는 슈퍼 연봉을 받을 때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노조 설립 방해 행위 등으로 신음하고 있었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들을 통해 대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고용불안이 폭로됐는데, SK와 LG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신 집행위원장은 "한국사회 양극화의 주범은 비정규직 양산"이라며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하향 평준화하는 데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큰 기업들부터 사회적 책무를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 측은 "각 하청업체는 독립적인 법인으로 SK브로드밴드가 인사나 노무 관리에 관여하지도 않고 법적으로 관여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센터장의 실시간 보고도 없었다. 독립 법인에 관여하면 센터장이 가만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아직 상황을 검토하는 단계"며 "다만 하청업체는 LG유플러스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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