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 논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현역 의원인 당 고위 인사가 노골적인 지역 후보 챙기기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해 "안 대표는 길지 않은 정치 역정 속에서 벌써 네 번이나 회군했다"면서 "정치 생명까지 걸겠다고 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과연 진정한 새 정치인지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당원과 국민의 여론을 수렴키로 한 것을 안 공동대표의 '회군'으로 규정한 최 원내대표는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회군 결정을 하면서 대통령과 여당 탓만 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도 했다.
최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개인의 정치생명을 위해 우리나라 정통야당을 사지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나쁜 약속이라면 이를 솔직히 고백하고 바꿀 줄 아는 용기, 아집을 지키기 보다는 대의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라는 것을 깊이 성찰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 파기에 관한 원죄가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안철수 대표의 '정치 행태'에 비판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무공천 공약 파기와 관련해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이재오 의원께서 페이스북을 통해 또 다시 기초선거공천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이야기했는데, 지난 1월부터 이 문제 관련해 4번째이다"라며 "도대체 어느 당의 중진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이재오 의원은 야당 목소리만 들리고 상향식 공천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라며 "무공천은 선이고, 상향식 공천은 악인가. 선인지 악인지는 국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일호 정책위의장은 "지방선거 공천에 관한 청원을 하나 드리고자 한다"며 자신의 지역구 공천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유 의장은 "제가 속해있는 서울특별시 송파구의 경우 3인의 구청장 예비후보가 지금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두 분은 여성후보이고 한 분은 전직구청장, 한 분은 현직구청장인데, 여성 10% 가산제가 현직구청장에게만 배제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직은 물론 전직 구청장에게도 여성 가산점 혜택을 배제하자는 주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여당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지역구 특정 후보에 대한 불이익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기초단체장 무공천 공약을 내놓았을 당시의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초단체장 무공천의 취지는 지역 정치의 중앙 정치 예속 문제였다. 대부분 현역 의원인 당협위원장이 지역에서 '자기 사람'을 공천받도록 힘을 쓰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유 의장은 전날 "(새정치연합이) 만약 기존 입장을 바꾸려고 한다면 국민께 사과하고,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새누리당에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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