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황창규 회장 취임 두 달 만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한다. 근속 15년 이상 직원이 대상으로 이들은 전체 직원의 72%에 달한다. 이석채식 구조조정에 이은 황창규식 구조조정 신호탄이라는 설명이다.
KT는 8일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회사가 직면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근본적인 구조 개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데에 노사가 뜻은 모은 결과"라며 명예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KT는 이번 명예퇴직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고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희망자를 접수 받고 25일에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에 퇴직을 발령한다.
KT는 명예퇴직자는 근속기간 및 잔여기간에 따라 소정의 명예퇴직금을 지원받는다고 밝혔다. 개인 선택에 따라 추가 가산금을 받거나 '재취업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KT M&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간 근무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KT는 5월부터 현장영업, 휴대폰 개통, 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 E&S, Ktis, KTCS, ITS 등 7개 법인 계열사에 위탁하기로도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사내 복지 삭감 또한 예고했다. KT는 "복지기금 출연 여력 부족"을 이유로 대학생·중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 본인 학자금 지원 제도 등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명예퇴직 예상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003년 명퇴 5500명, 2009년 6000여 명보다 큰 규모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진이 망친 회사 책임, 직원들이 떠안아라?"
KT는 이번 대규모 명퇴 시행이 유선매출 급감과 무선가입자 감소, 인건비 증가 등을 이유로 한 사업 합리화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의 시선은 다르다. KT의 경영 위기는 유선 중심의 사업구조에 따른 것이기 이전에 이석채 전 회장 시기 누차 지적됐던 비리 경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KT 새노조(제2 노조)는 이날 긴급 논평을 내고 "이번 노사 합의는 명예퇴직, 분사, 복지 축소 등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조처를 융단 폭격하듯 쏟아낸 것"이라며 "직원들의 1등 DNA를 불러일으키겠다던 황창규 회장의 혁신은 모든 고통과 부담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KT가 이석채 체제하에서 '탈 통신'을 외치며 보유 토지 23%를 매각, 돈을 쏟아 부었지만 그 과정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점철되었다'며 "진정한 KT 혁신은 이석채 체제 청산이 핵심이지만, 황 회장은 엉뚱하게도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조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KT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경영진 비리 근절과 장기 경영전략"이라며 "취임 3개월이 되도록 장기 전략은 발표조차 하지 않고 선택한 전략이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인건비 전략이라는 데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새노조는 이번 노사합의의 한 축인 KT 노조를 향해서도 "반노동적 배신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이 진행됨과 동시에 복지 축소까지 하는 이번 합의로 직원들은 (회사를)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이해관 새노조 전 위원장은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개별 면담이 잇따를 것이 가장 걱정된다"며 "어떤 형태로도 퇴직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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