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전도사'와 '한미 FTA 저격수'가 격돌했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이틀 째 인사청문회에서 한덕수 지명자와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타결이 임박한 한미 FTA 협상의 졸속성을 둘러싸고 막판 설전을 벌였다.
2003년부터 준비해 왔다고?
정 전 비서관은 "2005년 당시 내가 FTA 담당 비서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협상단도 2006년 3월에 첫 워크숍을 했다. 2003년부터 준비해 왔다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한 지명자는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당시 그런 자리에 있었으면서 왜 2003년부터 준비한 것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굉장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해서 준비 자체가 없었다고 몰아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연구보고서 대부분은 FTA와 관계없는 뉴스브리핑이나 연구노트, 그리고 미국경제에 대한 연구"라면서 "이것을 두고 2003년부터 한미 FTA를 준비했다는 것은 내가 오늘 청문회에 나오기 위해 한글을 공부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재반박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한 "왜 몰랐냐고 하는 것은 나를 모독하는 이야기다. 한덕수 지명자 본인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어느 누구든 FTA에 대해 이야기는 할 수 있었겠지만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FTA 추진이 정식 보고된 것은 2005년 8월"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어디서 이익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미국에서 팔리는 국산 자동차의 경우 2.5%의 관세를 없애도 약 15만 원 정도의 가격인하를 가져올 뿐인데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한덕수 지명자는 "FTA를 통해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우리가 특혜적으로 접근했을 때 어떻게 수출이 늘어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느냐"고 반박하며 "한미 FTA는 결국 자유로운 무역을 통해 상품과 기술, 그리고 투자가 흐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총리로는 문제"
한편 이날 각 당 의원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마늘협상 이면합의 파문, 부동산 정책실패의 책임 등을 놓고 한 지명자를 추궁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한 지명자는 8.31대책 발표 당시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발표했으나 뒤이어 송파 신도시 계획 등이 발표됨으로써 오히려 집값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한 내정자가 결국 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하는 결과만 초래한 점을 종합해 볼 때 한 지명자를 총리 자리에 앉게 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 2002년 마늘협상 때 휴대폰을 팔아먹기 위해 이면합의를 했다"면서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한 지명자는 "농민들의 고생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면서 "당시 마늘협상은 협상을 담당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교훈을 줬다. 절대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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