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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 수사, '꼬리자르기'인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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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 수사, '꼬리자르기'인 세가지 이유

핵심 '조작 문건' 수사는 '꽝'…4급 직원들의 '일탈'?

검찰이 '간첩 증거 조작' 혐의로 국정원 4급 직원 1명과 협력자 1명을 기소하면서 '꼬리 자르기 수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오는 3일이나 4일 경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윗선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건의 위조 문서 중 핵심인 '허룽(화룡)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 기록'을 위조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국정원 협력자는 '성명불상자'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이 핵심 위조범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 식구'인 담당 검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도 않았다. 총체적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서 위조에 직접 가담한 혐의로 31일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 모 과장(4급)과 협력자 김 모 씨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과장은 김 씨에게 약 740만 원을 주고 중국 공문서 위조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권 모 과장(4급)과 주중국심양(선양)총영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인 이인철 영사(4급)도 핵심 역할을 했다. 이들은 주로 위조된 서류를 정식 서류로 보일 수 있도록 조작을 감행했다.

그러나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 모 팀장(3급), 대공수사단장(2급), 대공수사국장(1급)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추가 기소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논리에 따르면 4급 직원 3명과 조선족 협력자 1명이 초유의 증거 조작 사태를 저지른 셈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인모임(민변)은 1일 '국정원 증거 조작 공소제기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을 내고 "중국의 사실 조회 회신이 오기 직전까지도 증거조작을 시도하였을 정도로 그 조작의 수법과 대담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조직적이고 충격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는 분노한 국민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우성 씨 ⓒ연합뉴스


핵심 조작 문건 수사는 '꽝'…4급 직원 3명의 '개인 일탈'?

민변은 크게 3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민변은 이 사건 수사를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규정한 뒤 "국정원 지휘부에 대한 수사와 담당 검사를 포함한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여지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국정원의 수직적 위계질서와 조직구조를 감안한다면 지휘 체계의 승인없이 기획 담당 과장에 불과한 자가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서 증거를 조작하고 선양총영사관의 영사에게 증거조작에 가담할 것을 지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반드시 국정원 지휘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담당 검사들 역시 위조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거나,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경 길림성 공안청에 출입경 기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음에도 재판부에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은 국정원을 통해 위조된 출입경 기록을 입수해 증거로 제출했다. 내용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출입경기록을 제출받은 후 한 개를 선택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민변은 주장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로 민변은 "적용 법조에 있어서도 형량에 있어 매우 큰 차이가 나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 형법을 적용하는 것은 봐주기 수사라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보안법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12조 규정을 두고 있다. 간첩죄로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려고 증거를 날조한 사람은 간첩죄의 형량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민변은 "피해자 유우성에 대한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증거가 조작되고, 선별적으로 제출하는 것과 같은 수사 기관(국정원)과 검사의 행위는 전형적인 사건 조작이며,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국가보안법 제12조의 증거 날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보법이 아닌,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해 국정원 직원과 협력자를 기소했다.

세번째, 민변은 "수사의 누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검찰은 증거 조작의 핵심인 출입경기록 위조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고발한 내용 중 (검찰의) 증거 은닉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위조 문서로 지목한 것은 3개 문서인데, 검찰은 그 중 2개 문서에 대한 위조 경위만 밝혀낸 상황이다. 문제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해놓고, 마치 위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 꾸미기 위해 국정원 직원은 다른 두 건의 문서를 위조했다. 그러나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국정원 김 과장 등이) 성명불상자에게 연락해 불상의 방법으로 위조하도록 했다"고 돼 있다. 사실상 '제 2의 협력자'에 대한 규명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담당 검사들의 증거 은닉 의혹에 대한 수사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민변은 "이 사건은 단순히 증거 조작으로 마무리 될 사건이 아니다"라며 "증거 은닉 부분, 즉 유우성이 밀입북했다는 시기에 중국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검찰이) 은닉하거나 선별적으로 제출하면서 마치 북한에서 촬영한 것처럼 증거로 제출한 행위는 명백한 증거 은닉 내지 인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는 이 부분에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검찰이 국정원 지휘책임자와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검사들을 수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가보안법 제11조의 특수직무유기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제11조(특수직무유기)에는 "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이 법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특검을 거론하고 있다. 정호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정원의 신뢰 재건을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철저히 파헤쳐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와 특검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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