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4월 1일 만우절 기사를 냈다. 6.4 지방선거는 공약도 이념도 정권심판론도 사라진 '3무(無) 선거'라는 주장이다. <조선>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줄도 모르고,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공약은 버스 공영제 등 생활 밀착형으로 더욱 치밀해졌으며, '빨갱이 덧씌우기'와 같은 보수 진영의 얕은 꾀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듯 하다. 이번 선거가 끝까지 <조선>의 기대처럼 '쟁점 없는 선거'가 될 거라고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이는 '복지'가 '이명박근혜' 정권 유지의 핵심이 됐다는 전제 자체를 부정한 모순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등 총 14개에 달하는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집권 1년이 지난 현재, 이중 11개가 축소되거나 변질됐다.
<조선>은 또 2010년 6.2 지방선거를 천안함 사태와 2006년 평택 미군 기지 이전 문제 등 이념 논쟁이 주요 이슈가 됐지만, "올해는 새정치연합이 '안보는 보수'를 내세우면서 차별성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은 31일 북한의 포탄이 NLL 이남으로 떨어지자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도 <조선>은 오류를 범했다. 이념을 앞세운 '안보 프레임'이 더이상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2010년 지방선거 3개월을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폭침으로 결론 내리고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나라당 패배였다. 서울시장의 경우 개표 과정에서 순위가 4번이나 뒤바뀌는 접전 끝에 오세훈 후보가 3만여 표 차로 간신히 당선됐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강원도(이광재 후보)와 경상남도(김두관 후보)가 야권으로 넘어갔다.
여파는 2011년 재보궐선거로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한 전 시민적 요구를 무시하며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를 실시,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뉴타운 공약을 앞세운 토건 사업이 무상급식·무상교육이라는 복지 정책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결국 서울 시민은 시민 활동가 출신 박원순 현 시장을 새로운 정치 모델로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조선>은 "역대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한 최대 요인은 '지방'이 아니라 대통령이었다"며 박근혜 정권의 안정성과 공고함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다 보니 새누리당에선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의존하려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 후보가 '박심(朴心)'으로 차출되는 기현상을 '대통령 의존'으로 해석한 것이다.
<조선>의 말대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임기 내 치러진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승패를 결정했다. 2002년 지방선거는 김대중 정권 마지막 해였으며, 2006년과 2010년 선거는 집권 3년 차에 시행돼 민심 풍향계가 정권 심판론에 맞춰졌을 때였다.
그러나 2014년 현재, 박근혜 정권은 집권 2년 차에 불과하다. 집권 1년 내내 대선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대부분의 공약을 폐기 처분했다. 대표 정치 공약인 '무공천'마저 헌신짝처럼 버렸다.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무공천'에 기초해 합당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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