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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저임금, 화물차 사망 사고의 주범!

호주운수노조 사무부총장 "표준 운임제 도입, 자신감 가져라"

매년 1200명 이상이 화물차 교통사고로 숨진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2012년 기준 1231명이 화물차 사고로 사망했고 7만274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화물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공단이나 지자체 차원의 "과적 또는 피로누적 운행 자제"란 권고도 나오지만 이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캠페인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다.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비극적 사고가 계속되는 원인은 턱없이 낮은 운임이라고 말한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4시간을 일해 월평균 197만 원을 벌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3702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낮은 소득은 필연적으로 고강도 노동을 부른다. 1원이라도 더 벌려면 화주의 과적·과속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하루에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등 장시간 운전을 마다할 수 없게 된다. 비교적 도로 통행료가 싼 심야 시간을 선택해 일하고, 그러다 보니 졸음운전이 빈번해 사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 호주운수노조 마이클 케인 사무부총장이 28일 한국을 방문해 호주에서 시행 중인 '안전 운임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주의 안전 운임제는 한국의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표준 운임제'와 마찬가지로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물연대


표준 운임제가 어떤 나라에도 없다고? 여기 있다!

그래서 이들은 무려 10년째 '표준 운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화주와 대형운송사가 최저입찰제를 통해 일방적으로 낮은 운임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계와 생업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 운임을 아래로부터 결정해야 한단 요구다. 이러한 표준 운임제 실현을 내걸고 화물연대가 2008년과 2012년 파업을 벌였다. (☞관련 기사 보기 : 10년간 세번 파업…화물연대 요구안은 왜 늘 똑같을까?)

긴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아직 법제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입제 폐지와 표준 운임제 도입을 명시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윤후덕․이윤석 의원 발의)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표류하고 있다. 파업 때 법제화를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는 떠났고, 박근혜 정부는 "다른 어떤 나라에도 없는 비현실적인 제도"라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결국 화물 노동자들이 직접 해외 사례를 뒤졌다. 28일 화물연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호주운수노조의 마이클 케인 사무부총장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표준 운임제와 똑 닮은 호주의 '도로안전운임법(Road Safety Remuneration Act 2012)' 등을 소개했다.

20여 년 축적된 연구와 피해자 가족의 간청이 만든 '안전운임법'

호주에서 '도로안전운임법'이 마련된 계기 또한 계속되는 비극적 사고였다. 케인에 따르면, 2011년 2월 도로 옆에서 터진 타이어를 교체하던 두 사람이 한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는 17시간째 일하고 있었다. 누적된 피로로 잠시 졸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앨버트의 가족은 줄리아드 길버트 당시 호주 총리를 만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 자리에서 총리가 법제화를 약속해 2012년 3월 20일 도로안전운임법이 호주 의회를 통과했다.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호주에서는 매해 330명이 화물차 사고로 사망합니다. 화물차 운전자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사고로 숨집니다. 노조뿐 아니라 호주 국민이 이 비극을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가족이 갑작스럽게 비극적으로 사망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케인 부총장은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각종 연구와 자료, 판례가 이미 낮은 운임과 사고율의 관계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공급사슬 가장 위에 있는 대기업 화주의 비용하락 압력으로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운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2012년 화물연대의 총파업 사흘째인 6월 27일 부산항 모습. 화물 반출입량이 보통 때에 비해 40%까지 줄어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가고 있다. 2008년 총파업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표준운임제가 법제화되지 않자 화물연대는 2012년에도 파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반드시 처벌 조항이 있어야 한다"

도로안전운임법에 따라 호주에선 '도로안전운임심사위원회(RSRT)'를 설치해 화물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최저운임 수준을 정한다. 적재 한도와 운행 시간, 대기 시간, 지불 방법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주요 화주를 상대로 운임 연동 성과급 등 위험한 운송을 부추기는 압력을 제재하는 일을 한다.

"도로안전운임법은 한국의 표준 운임제와 아주 비슷합니다. 화물 운송 사업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게끔 보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법에 '강제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안전운임(표준운임)을 위반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케인 부총장이 이처럼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현재 한국 정부의 표준 운임제에 대한 입장이 '강제' 보다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작년 표준 운임제 중재안을 제시하며 △ 그 대상을 화물운송노동자가 아닌 운송업체로 하고 △법적 강제가 아닌 가이드라인 차원의 권고로 제도화할 것을 내세웠다.

"강제성을 꺼리기에 앞서 노동자들이 놓인 상황이 용납되는 것인가를 먼저 봐야 합니다. 한국 상황을 보면 많은 노동자가 적자 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개인 실책이 없는데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런 적자 사업으로 매년 1200명 사망이란 비극이 귀결된다면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처벌 조항은 보호 조항입니다."

케인 부총장은 "한국이 안전(표준) 운임제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며 "관련 법이 국회에 상정된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차원의 안전운임법이 있기 전에도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선 표준 운임제가 1979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35년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 "도로안전뿐 아니라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증명됐다"고 그는 말했다.

화물연대, 5대 생존권 요구…"제도 개선 없으면 총파업"

화물연대는 29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대규모 결의대회와 비상총회를 개최한다. 7000명가량이 모일 것으로 보이는 이날 비상총회와 결의대회에서 화물연대는 4월 중 하루 경고 파업과 이후 총파업을 의결한다.

화물연대는 "노동자의 돈으로 구입한 화물차를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해 재산권을 박탈하고,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리해 노동기본권과 산업재해보험보장 등에서 배제해하는 자본만을 위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개선이 없으면 상반기 중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5대 생존권 요구로 △표준 운임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 △ 차량과 번호판 소유권 보장 △ 직접운송 의무제 폐지 △ 전차종 전일 도로비 할인 등을 내세웠다.

결의대회에 앞서 화물연대와 호주운수노조는 "정기적인 교류와 연구 사업, 국제 연대 행동 등을 통해 한국에서의 표준 운임제 도입과 호주에서의 안전운임제 안착을 위한 공동 투쟁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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