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짓기 위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고, 학습권과 역사 가치를 파괴하려는 무식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 설립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일단 ‘학교정화위원회 훈령’을 손 봐서 호텔 건립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해 경실련은 "고용 창출을 핑계로 구 미대사관 숙소 부지에 대한항공 호텔 건립을 허용하려는 편법적 행위"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재벌 기업들의 사익을 위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대법원까지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건립해서는 안 된다고 인정했다"며 "정부의 규제 개혁 운운은 행정청의 심의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상의 비정상화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해당 부지는 경복궁, 북촌마을, 창덕궁과 종묘로 이어지고 삼청동을 잇는 역사·문화의 중심지"라며 "호텔 건립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파괴된다면 정부가 언급한 고용 창출 효과보다 역사·문화적 손실이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특히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보호해야 할 교육부가 나서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호텔 건립을 용이하게 훈령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호텔 개발업자들이 학교정화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은 학습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상위 법령의 가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호텔 개발업자가 정화위원회에 출석해 위원들에 대해 불법적인 로비를 벌이는 등 비리도 생길 수 있다"며 "특정기업의 특혜를 위해 훈령 제정에 나선 교육부는 즉각 반성하고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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