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 노역의 주인공인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논란이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하나는 그가 실제로 벌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의 화려한 인맥, 특히 법조계 인맥이다.
26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해외에 여전히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KNC건설의 홈페이지를 보면 '피오레 아파트' 74가구를 분양 중이고 추가로 94가구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이 KNC건설 지분 중 46%가 '허재호'라고 돼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대표는 허재호 전 회장의 조카인 허숙 씨이고, '피오레 아파트'는 대주건설의 브랜드다.
<한겨레>는 이 외에도 "오클랜드 ㅅ카지노 브아이아피(VIP)룸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던 허 전 회장이 새 요트를 구입한 뒤 요트를 운행할 선장을 뽑는 구인광고를 현지 신문에 내어 교포 사회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허 전 회장이 체납 중인 벌금은 254억 원. 허 전 회장은 500억 원대 법인세 탈루, 100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0년 1월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 받았다. 허 전 회장에 대한 형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밖에도 국세 123억 원, 지방세 24억 원이 체납돼 있고, 금융기관 채무도 200억 원이 넘는다. 그는 항소심 선고 직후 뉴질랜드로 출국해 머물다 지난 22일 귀국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벌금 징수를 위해 광주지검과 광주국세청은 허 전 회장 소유의 부동산 13건을 압류하고 지난 7일 허 전 회장의 자녀 등의 집을 압수수색해 그림 115점과 도자기 20점을 압수하는 등 은닉 재산 환수 작업을 펼치고 있다.
허 전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검찰은 허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국내 은닉 재산 환수에 그치지 않고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공사대금 체불 고소 건에 대한 수사에 대한 수사는 물론 허 전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에 대한 수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허 전 회장이 그동안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펼치고 국내에 돌아와 '일당 5억 노역장'에 유치될 때까지 법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허 전 회장의 법조계 인맥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허 전 회장의 아버지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37년을 근무한 판사였고, 허 전 회장의 사위는 현재 광주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다. 매제는 광주지검 차장 검사로 재직한 적이 있고, 동생은 전현직 판사들의 골프 모임인 '법구회'의 스폰서를 맡았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허 전 회장은 2008년 12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유치되는 노역장은 일당 2억5000만 원으로 203일이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벌금이 254억 원으로 절반이 탕감됐고, 노역장 일당도 5억 원으로 늘어 노역일수는 49일로 줄었다.
검찰도 의심을 받고 있다. 1심에서 검찰은 징역 5년에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하면서 "피고인들이 탈루한 세금을 뒤늦게나마 모두 납부했고, 기업의 부담이 큰 만큼 선고를 유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10년 뉴질랜드로 도피한 허 전 회장에 대해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허 전 회장의 은닉 재산 환수에 나선 것은 올해. 인터폴에 수배까지 내렸던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에서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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