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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동아시아의 미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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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동아시아의 미래를 말하다

[인터뷰]"역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치적 포용 추구해야"

다음은 지난 3월 초 발표된 미국의 세계적 석학 놈 촘스키의 인터뷰 ‘역사의 복수: 미, 일, 중 대립의 위험을 말하다’(The Revenge of History: Chomsky on Japan, China, the United States, and the Threat of Conflict in Asia)의 전문이다. 촘스키는 이 인터뷰에서 현재 동아시아의 상황은 이 지역에 대한 군사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미국의 군사봉쇄를 뚫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 주변 해역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만들려는 중국이 정면 대결로 치닫는 형국이라며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의 움직임이 팽창주의인 것은 맞지만, 2차 대전 이후 아시아에 대한 전면적 군사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국익 추구는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며 이런 움직임이 세계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요구와 갈등을 일으키고, 지역 열강들의 이익과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세계 지배라는 관점으로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지난 해 연말 중국의 동중국해 상공에 대한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맞물리면서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동아시아 지역의 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간의 긴밀한 교역 체제를 기반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동시에 정치적 포용을 이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미 동아시아 지역에는 상호 긴밀한 지역경제가 형성돼 있다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와 관련해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고, 미군기지 수십 개와 수 만 명의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등 일본의 군사 현실과 평화헌법 제 9조의 평화주의적 이상이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일본의 행동은 헌법의 이상과 어긋나 있기 때문에 (일본의 행동이) 시정돼야” 하며 “헌법을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인터뷰 원문 바로가기)볼 수 있다. <편집자>

1930년대와 40년대, 정치적으로 일찍 각성한 청소년이었던 놈 촘스키는 당시 대공황과 서서히, 그리고 피할 수 없이 세계대전으로 끌려들어가는 세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분출된 침략주의, 인종주의, 그리고 야만성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촘스키는 일본에 대한 미국인들의 특별한 증오심에 주목했다.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감행했을 때, 16세의 촘스키는 떠들썩한 주변의 환호에 깊은 소외감을 느끼면서 혼자 숲 속에서 슬퍼했다. 그는 "내 감정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그들의 반응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나 혼자 철저하게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 후 20년이 지나면서 촘스키는 언어학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일련의 연구로 언어학을 일신시켰다. 베트남 전쟁 기간 그는 또 다른 경력을 쌓아야 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끈질긴 비판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이후 그의 지적 생애 상당 부분은 그가 미국의 '자기 미화'라고 일컫는 포장지를 벗기고, 전 세계를 상대로 노골적으로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면서 미국이 내건 자기정당화와 선전을 비판하는 데 바쳤다. 촘스키는 대부분의 주류 논객들과 달리 미국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늪에 빠진 것을 일탈 행위로 보지 않았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로 본 것이다.

촘스키의 발언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도쿄와 뉘른베르크에서 연합국이 벌인 전쟁범죄 재판에 적용된 관련법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법들이 공정하게 적용된다면 "전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도 교수형에 처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 미국의 대통령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그의 생각은 청소년 시절, 원폭 투하 등 일본에 대한 잔인한 미국의 전쟁행위를 보면서 형성된 것이다. 그는 도쿄 폭격,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 투하는 모두 전쟁 범죄이지만, ‘우리의’ 전쟁범죄는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게) 전쟁범죄라는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지,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는 추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해 85세인 촘스키는 여전히 양심적인 논객으로 세계적으로 그를 찾는 이들이 많다. 마침 그가 2차 대전 역사의 해석을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의 불안정한 관계가 더 위험스러워지고 있는 때에 일본을 다시 찾아온다. (촘스키는 3월초 일본을 방문해 두 차례 강연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후 일본에 부과된 정치적 질서를 바꾸려는 계획을 계속 밀고나갈 의지를 보였다. 평화헌법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정하려는 그의 시도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동아시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한동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이 문제가 지금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전쟁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촘스키는 도쿄를 향해 떠나기 전 가진 이번 인터뷰에서 "역사의 교훈을 살펴보면, 불장난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면서 "특히 가공할 군사력을 가진 나라들끼리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아시아 각국의 상호의존에 따른 아시아 지역경제의 발전이다. 쇠퇴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미국의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경제의 구축이 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토대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과의 인연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촘스키: 1930년대부터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이 만주와 중국 본토에서 저지른 사악한 범죄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였지요. 1930년대초, 10대였던 나는 반일 선전에 가득 찬 인종주의적이고 호전적인 히스테리에 완전히 충격 받았습니다. 미국인들은 독일이 나쁘다고 하면서도 어느 정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독일인들은 어쨌든 금발에 아리안 민족이니,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자기 이미지와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었겠죠.

반면 일본인들은 그저 개미처럼 밞아버려야 할 해충 취급을 했습니다. 일본의 도시들에 대한 폭격에 대해 많은 보도가 있는데요. 상당한 전쟁범죄들이 저질러졌고, 여러 면에서 원폭보다 더 악질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합니다.

-선생님은 히로시마 원폭과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에 너무 놀라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혼자 슬퍼했다고 하던데요.

촘스키: 네. 1945년 8월 6일이었죠. 청소년 여름학교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는 방송을 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고는 곧바로 야구, 수영 등 각자 하고 싶은 활동에 몰두하더군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는데요. 사건 자체의 공포스러움과 다른 이들의 무신경한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뭐가 큰일이냐? 일본인들이 더 많이 불태워졌다는 것이지.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는 없는 원자폭탄을 갖고 있으니까 대단한 것 아니냐. 미국은 세계를 지배할 능력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전후 처리 과정도 상당히 역겨움을 느끼면서 지켜봤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만큼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는 충분했고, 이것들을 공부하면서 미국인들의 애국주의적 우화의 환상을 깰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50년 전 나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처음으로 일본을 여행했습니다. 베트남 평화를 위한 시민연합 '베헤이렌(베트남 평화를 위한 시민연합)' 관계자들과 만나기도 했지만, 순수하게 언어학 연구 목적이었습니다. 그 후 나는 여러 차례 언어학 연구를 위해 일본을 찾았습니다. 내가 방문한 나라가 많은데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세상이 불타고 있는 와중에 유독 일본에서만 모든 대화와 인터뷰가 오로지 언어학과 관련 주제에 국한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놀랐습니다.

-선생님은 일본이 전환기를 맞는 시기에 오셨습니다. 일본 정부는 60년간 지켜온 평화주의적 입장에 상당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데요. 외부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일본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이죠.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도 악화됐고요. 전쟁이라는 말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동아시아의 상황이 우려할 만한 정도인가요?

촘스키: 확실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죠. 일본은 평화주의적 입장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쟁이라는 재앙으로부터 후손을 구하자"는 유엔의 목표를 지지하는 일에 일본이 앞장 서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갈등은 엄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포용과 평화적 관계 수립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과 수 십 년 전에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판명된 정책으로 복귀하는 대신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정치적 포용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역사적인 선례로 보면, 아시아가 처해 있는 지금 같은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은데요. 민족주의가 충돌하고, 군사비를 늘려가는 비민주주의 국가(중국)의 발흥이 패권국가 미국의 쇠퇴와 맞물리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촘스키: 진짜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각도를 좀 달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미국에 의해 면밀하게 감시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긴 합니다만 미국의 군사비 지출에 비하면 훨씬 작습니다. 게다가 동맹국들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군사비는 훨씬 늘어나죠(중국은 군사적인 동맹국이 없다).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봉쇄선을 뚫고 나오려고 합니다. 이 봉쇄선은 상업적인 교역과 태평양에 접근하기 위해 중국에게 필수적인 해역에 대해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갈등을 유발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지역 강국들과의 갈등이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갈등이죠. 미국은 (현재의 중국처럼) 자신이 봉쇄를 당한다는 일은 생각해보지도 않으면서 세계를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쇠퇴하는 패권'이고, 1940년대말 이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권국가로서 여전히 경쟁 상대 자체가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나머지 세계 전체의 군사비 지출을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훨씬 앞서있습니다. 세계 어떤 나라가 미국처럼 수 백 개의 군사기지를 전 세계에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또 세계 어떤 나라가 버락 오바마의 무인기 암살 작전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듯, 그토록 많은 비용을 들여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미국은 외국에 대한 침략과 정부 전복 등 무시무시한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포용을 이룰 수 있는 필수적인 조건들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이익은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의 이익과 마찬가지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 대한 세계 패권국가(미국)의 지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일본의 '평화' 헌법과 관련해 헌법의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고, 미군기지 수십 개와 수 만 명의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평화헌법 제 9조의 평화주의적 이상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나요?

촘스키: 지금까지 일본의 행동은 헌법의 이상과 어긋나 있기 때문에 (일본의 행동이) 시정돼야죠. 헌법을 바꾸려고 할 게 아니죠.

-아베 신조가 총리로 복귀한 과정을 지켜보셨나요? 그를 극우민족주의자라고 보는 비판도 있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낡은 정책 3가지를 시대에 맞게 바꾸려고 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후 미군 점령의 산물인 교육 내용, 1947년에 제정된 평화헌법, 그리고 미국과의 안보조약을 개정하려고 한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촘스키: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보다 독립적인 역할을 추구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의 나라들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요. 하지만 현재 아베가 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평화헌법은 미군점령기의 유산 중 강력하게 지켜야 할 것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부상을 나치 독일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의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이런 비교를 자주 듣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베니그노 아퀴노 필리핀 대통령도 비슷한 얘기를 하던데요. 중국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이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요.

촘스키: 중국은 '수모의 세기'를 벗어던지며 아시아와 세계적인 현안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부정적이고 때로는 위협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치 독일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2013년 말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가 어디냐는 국제적인 설문 조사가 발표됐는데요. 미국이 어떤 나라보다도 훨씬 압도적으로 지목됐습니다. 미국은 중국보다 4배나 많은 표를 받았죠. 이런 판단에는 앞서 일부를 언급했듯이,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을 나치 독일과 비교하는 것도 완전히 엉터리죠. 그러니까 미국에 비해 체제 전복 등 여러 형태의 대외 개입을 위해 폭력을 훨씬 더 적게 동원하는 중국을 나치에 비교한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중국과 나치 독일을 비교한다는 것은 정말 히스테리 증세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2차 대전 이후 영국으로부터 패권국가의 역할을 이어받은 이후 더욱 크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한 행위에 대해 일본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긴밀한 교역 체제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지역주의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주의가 미국의 패권과 (한중일 각국의) 민족주의 모두를 극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촘스키: 아시아 지역주의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죠.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급성장은 다른 산업국가들이 제공한 부품, 설계 등 첨단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 체제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이 체제의 핵심이며, 서구도 마찬가지죠.

미국은 첨단기술을 포함한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완제품을 막대한 규모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가가치 창출은 아직은 적은 편입니다. 앞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부가가치 창출도 증가하겠지만. 이런 발전이 제대로 조율이 된다면, 정치적 포용이 이뤄질 가능성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정치적 포용은 심각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최근의 긴장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대부분의 논객들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쟁이 가져올 엄청난 결과 때문만이 아니라 두 나라 경제가 금융과 무역관계로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선생님의 견해는 어떠신가요?

촘스키: 현재의 대립국면은 정말 위험합니다. 중국이 분쟁 지역에 항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 미국이 즉각 이를 침범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의 교훈을 보면, 불장난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죠. 특히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들끼리는 더욱 그렇죠. 조그만 사건들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경제적인 관계를 압도해 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현안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미국이 중국과 분쟁 국면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아베의 역사 인식과 일본의 수정주의 역사관을 상징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신뢰할 만한 조정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촘스키: 그렇죠. 중국을 군사기지로 둘러싸고 있는 것은 미국입니다. 그 반대가 아니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자신들의 핵심 국익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을 아시아 지역의 '고전적인 안보 딜레마'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주변인) 카리브해나 캘리포니아와 연결된 해역이 아니라, 중국의 해안과 연결된 해역에 대한 봉쇄와 통제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전 세계에 대한 통제가 '핵심 국익'입니다.

(지난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미국의 뜻을 거스르며 오키나와 주민 다수의 의견을 따르려 했다가 어떻게 됐는지 돌이켜보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분노한 오키나와 주민에게 말했습니다. 미국과 당초 약속했던 대로 오키나와 섬 북부로 미국의 공군기지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이죠. 그가 미국의 압력을 받아 '백기 항복'을 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중국은 일본과, 그리고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 베트남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항공식별구역 설정에서도 그렇고요. 이 모든 갈등에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분쟁들을 중국의 팽창주의를 보여주는 사건들로 봐야 할까요?

촘스키: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세계 패권 지위를 유지하려는 전통적인 미국의 요구와 갈등을 일으키고, 지역 열강들의 이익과도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죠. "중국의 팽창주의"라는 표현은 정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세계 지배라는 관점으로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죠.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의 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가 미국의 통제 아래 놓여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글로벌 전략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독립(공산당에 의한 건국)은 이런 의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미국의 전략에서 이것은 "중국의 상실"로 불리며, 누가 "중국을 잃었는가"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냐가 매카시즘의 발호를 포함한 미 국내 정치의 주요 현안이 되었죠. ‘중국의 상실’이라는 용어 자체가 대단히 문제적입니다. 내가 내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지갑을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전략에서 중국은 당연히 미국의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의) '팽창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미국의 이런 패권주의적인 개념과 추악한 역사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오키나와에서는 일본 본토와 지방 정부 사이에 상당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정부는 미군의 새로운 기지를 헤노코에 건설하는 것을 지지하는데, 지역주민들은 이 정책을 반대하는 현 시장을 지난 2월 압도적인 표차로 다시 뽑았죠. 오키나와의 이런 대립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촘스키: 나고 시 주민과 스스무 이나미네 시장이 보여준 용기는 감동적입니다. 그들은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군사기지 건설을 수용하라는 아베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주민의 민주적인 결정을 즉각 유린한 것은 참 개탄스러운 일이죠.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운명과 평화의 전망과 관련해 상당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 될 것입니다.

-아베 정부는 핵발전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가동이 중단된 일본의 원자로를 재가동하려 합니다. 지지자들은 원자로를 가동하지 않으면 에너지 비용과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비용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은 너무 위험하다는 입장이고요...

촘스키: 핵발전 문제는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핵발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아직도 끝나려면 먼 후쿠시마 핵재앙 이후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속적인 화석연료 사용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적인 재앙을 가져올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정책 방향은, 독일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가능한 한 빨리 옮겨가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방식은 너무도 큰 재앙을 자초하는 일이라 생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제임스 러브록과 조지 몬비오 같은 열성적인 환경론자들의 글들을 읽어보셨겠죠. 그들은 핵발전이 온실가스로 달궈지고 있는 지구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런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핵재앙으로 즉각적으로 벌어진 결과는 석탄, 가스, 석유 수입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급속히 악화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려다가는 시기를 놓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촘스키: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주장에 일리는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건부로 일리가 있습니다. 극도로 위험하고, 핵폐기물 처리처럼 해결을 못하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제한적이고 단기적으로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을, 지속가능한 에너지 산업을 신속하고도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기회로 여긴다면 일리가 있는 대안입니다. 이 문제는 최우선의 과제, 매우 신속하게 추진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환경적인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심각한 위협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번역: 이승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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