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1일 "나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를 열겠다고 하는 충정을 갖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진정성을 갖고 나의 진정성을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구로디지털단지 내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정무팀의 공격에 이같이 반박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책상 앞에 앉아 이메일 보낼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뼈 있는 말도 했다.
손 전 지사는 "내 말의 진정성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지를 지켜보면서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의 이같은 정면 대응은 '제2의 고건'으로 자신을 주저앉힐 태세인 청와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청와대가 시동을 건 '보따리장수' 논쟁이 손 전 지사가 노리는 비(非)노무현-비한나라당 공간을 넓히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손 전 지사 측은 반색한 분위기다.
이수원 공보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의 글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오해를 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이해한다. 손 전 지사의 발언은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재강조한 것"이라며 "'비노비한' 이라는 우리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한편 "앞으로 내가 하려는 것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려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치의 취지에 같이 공감하고 참여할 만한 충분한 능력과 자질과 열정을 가진 사람과 앞으로 폭넓게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이 자신의 행보에 동참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자기를 반성하고 새롭게 자기를 혁신하는 정치인들과 새로운 사람들은 얼마든지 새로운 틀 안에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다"고 반색했다.
청와대 공격은 받아쳤지만 '산 넘어 산'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염두에 둔 '비노비한의 제3지대'는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구여권의 제 세력도 제3지대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이다.
열린우리당의 주류는 구여권 제 정파들의 사실상 당대당 통합과 외부 시민사회세력의 결합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 우리당 탈당파와 민주당 다수는 모든 정파가 먼저 해체선언을 하고 시민사회세력과 개별적으로 결합하는 형태를 원한다.
손 전 지사의 방법론은 또 다르다. 그는 전진코리아 등을 모태로 중도세력을 규합해 독자신당을 창당한 뒤 9~10월 께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결합을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구여권 모든 세력이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반기고 있으나 제3지대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선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경쟁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홀홀단신인 손 전 지사로서는 탈당에 대한 비난여론 극복과 함께 홀로서기를 위한 전략마련이 시급해졌다.
이를 위해 손 전 지사 측은 캠프 성격을 대폭 수정키로 했다. 한나라당 경선 준비에 초점을 두고 꾸려진 캠프를 독자신당 창당과 외부세력 연대를 염두에 둔 조직으로 전환키로 한 것. 또한 30~40대 실무그룹과 외부인사가 주축이 되는 태스크포스 팀을 조만간 캠프 내에 꾸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문헌 의원을 비롯해 박종희 비서실장 등 한나라당 내의 '손학규 사람들'조차 동반탈당에 나서지 않는 등 조직 내부 추스르기도 녹록치 않은 상태다. 구여권에서 사람이 붙어주기를 기대하기란 더욱 난망하다.
결국 청와대의 '제2의 고건' 만들기와 한나라당의 '제2의 이인제' 딱지붙이기라는 샌드위치 공격,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탈당에 대한 비난여론, 취약한 조직력의 한계까지 노출한 손 전 지사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악전고투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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